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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인도, 이란에 에너지 구애

등록 2008-04-30 21:13

70억 달러 가스관 사업 협의…매년 수백만톤 LNG 수입 검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 움직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데 아랑곳않고, 인도가 에너지 확보를 위해 이란에 구애의 손짓을 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인도의 프라티바 파틸 대통령과 만모한 싱 총리 등 정부 고위관리들은 29일 인도를 찾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에너지 협력을 논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남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에 대한 엄청난 욕망이 이들 국가에 기묘한 동맹관계를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방문에 앞서 인도에 들른 것은 수십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양국간 에너지 거래 협상에 힘을 싣기 위한 목적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인도와 이란이 논의 중인 대형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파키스탄을 통과하는 70억달러 규모의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대화에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며 “조만간 이 협상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도가 이란으로부터 매년 수백만t의 액화천연가스를 사들이는 계약도 검토되고 있다.

세계 6위의 에너지소비국인 인도는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원유·가스 생산대국인 이란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경쟁상대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 뉴델리에 있는 정책연구센터의 안보 전문가 바랏 카르나드는 “중국도 이란의 자원을 구매하려 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이 할 것”이라며 “이건 정말로 제로섬게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옥죄기에 앞장선 미국의 심기를 지나치게 거스르는 것도 곤란하다. 인도는 최근 2년 동안 이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투명성 촉구 결의안에서 두 차례나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또 중동과 남아시아를 잇는 지역에서 이란은 경쟁 상대라는 점이 인도의 계산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인도는 핵무기 보유국이긴 하지만, 이란의 ‘핵 주권’ 주장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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