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르 이브라힘(61)
공식활동 재개…“의원 영입해 정권 교체” 주장
안와르 이브라힘(61) 전 부총리의 ‘화려한 부활’이 말레이시아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총선에서 야당연합을 사실상 이끌었던 안와르 전 부총리는 ‘정치활동 금지기간’이 끝난 15일부터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는 출마하지 못했지만, 다음 선거를 통해 의회 진출과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안와르를 차기 총리로 꼽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스타>가 전했다.
안와르는 14일 집권 국민전선 연정에서 적어도 30명의 의원들이 야당 쪽으로 당적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권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달 총선에서 전체 222석 가운데 국민전선이 140석, 야당연합이 82석을 차지했다. 30명이 옮겨가면 야당연합이 112 대 110으로 다수가 돼, 집권이 가능해진다. 이날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모여든 지지자 수만명에게, 안와르는 “우리는 이 나라를 다스릴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다”며 “말레이시아에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안와르는 90년대에 마하티르 모하마드 당시 총리의 후계자로 꼽힐 정도로 승승장구했으나, 1998년 권력투쟁에서 밀려 부총리직을 잃고 집권당에서 축출됐다. 그는 ‘동성애’와 ‘부패’ 등의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으며, 정치활동을 금지당했다.
지난달 총선에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보인 ‘만년 여당’ 국민전선(BN)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총선 실패 책임론에 시달리는 압둘라 바다위 총리의 퇴진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관영 <베르나마> 통신은 최근 집권 통일말레이 국민기구(UMNO) 내부에서 압둘라 총리의 퇴진과 권력승계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압둘라 총리는 14일 “유연하게 권력을 넘기고 싶다. 그러나 국가 혼란 상태에서 당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말해, 즉각 총리직과 총재직에서 떠날 뜻은 없음을 분명히했다고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 타임스>가 보도했다.
안와르의 정권 교체 가능론이 일방적일 가능성도 있다. 사바지역 출신 허버트 라가단 의원은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있는 지역에서 안와르 쪽으로 돌아설 의원은 없을 것”이라며, ‘거짓말쟁이’ 안와르의 “정치적 수사”라고 일축했다. 한편, 현지 경찰은 ‘4명 이상의 집회는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14일 안와르 지지자들의 집회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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