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장관직 20개씩 맡기로…“행정부 커졌지만 국민 안도”
올해 초 대선 부정 논란으로 대규모 유혈사태를 빚었던 아프리카 케냐의 여야가 초당파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같은날 지난번 유혈사태에서 악명을 떨친 키쿠유족 폭력조직이 경찰과 유혈충돌을 벌여 12명이 숨지는 등 정국이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은 13일 야당 오렌지민주운동(ODM) 라일라 오딩가 총재를 총리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새 정부에선 여야 인사가 부총리 1명씩을 맡는 것을 비롯해 장관직 40개를 20개씩 동수로 나눠 맡기로 했다. 키바키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새 내각과 모든 국가 지도자들이 정치적 차이는 제쳐두고 함께 일을 시작하길 바란다”며 “정의와 평화, 자유가 함께하는 케냐를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과 인종 충돌까지 치달았던 케냐의 여야가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정정 불안이 일단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비비시>(BBC) 방송은 장관 자리가 40개로 늘어난 점을 들면서 “비록 행정부의 덩치가 너무 커졌지만 다수의 케냐 사람들은 나라가 안정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갈 발판이 마련돼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을 서슴지 않을 만큼 양쪽의 불신이 강해, 화합과 양보를 통해 제대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수도 나이로비 등지에서 키바키 대통령 출신 부족인 키쿠유족 폭력조직 ‘뭉기키’가 경찰과 충돌해 조직원 9명과 민간인 3명이 숨져, 자칫 다른 유혈사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이번 내각에서 핵심 장관을 키바키 대통령의 측근들이 독점한 것도 종족 및 정당간 마찰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케냐는 지난 12월 대선 부정 논란으로 여야 지지세력 사이의 유혈충돌이 발생해 2월까지 1500명 가량이 숨지고, 약 60만명이 고향을 등졌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로 여야가 권력분점 협상에 들어가, 마침내 공동정부 구성 합의를 이끌어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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