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국방 “현지 상황 명료해지기 전 감군 없다”
바스라 교전 개입으로 발목잡혀…장기주둔 체제로
바스라 교전 개입으로 발목잡혀…장기주둔 체제로
영국이 이라크 주둔군의 철군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이라크에서 발을 빼려던 영국이 철군을 보류함에 따라 이라크전은 사실상 미·영의 장기주둔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데스몬드 브라운 영국 국방장관은 1일 의회에서 “현지 상황이 명료해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추가 감군도 중단하는 게 신중한 조처”라며, 이라크 주둔 영국군 철수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브라운 장관은 오는 17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워싱턴 회동 이후인 이달 말까지는 이라크 주둔 영국군의 규모에 대한 새로운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군은 애초 올봄까지 이라크 주둔 병력을 현재 4천여명에서 2500명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바스라 도심에서 외곽의 공항 인근으로 물러난 데 이어, 12월에는 치안 책임을 이라크 정부에 공식적으로 넘겨주었다. 그러나 영국군은 지난주 시아파 내전 때 다시 직접 전투에 개입하면서, 이라크에서 차근차근 발을 빼려던 전략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브라운 장관은 “바스라 교전에 영국 지상군을 투입한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명령이었다”고 말해,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려고 철군 일정에 들어간 영국군을 투입할 정도로 이라크 상황이 악화됐음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2일 “영국의 철군정책이 진지한 시험대에 놓인 시기에 벌어진 지난주 바스라 교전은 영국군의 완전 철군을 향한 감군 계획에 불길한 암시를 드리웠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영국의 바스라 경험은 중장기적으로는 영국군처럼 주요 도시의 외곽으로 빠져 감독 역할만 맡으려던 미국의 앞길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조”라며, 미군이 이라크 정부군에 치안을 넘겨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내전의 격화와 영국의 철군 계획 변동이 미군의 이라크 전략에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철군 연기는 국내에서 거센 철군 여론에 부딪힌 노동당 정부에게도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이라크 주요 도시를 휩쓴 친미-반미 시아파 세력 사이의 격렬한 교전으로 3월에만 적어도 923명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이는 최근 6개월 새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1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런 민간인 희생자 수치는 ‘최근 수개월 동안 이라크 내 폭력사태가 크게 준 것은 치안을 위한 주요 군사작전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증거’라고 주장해 온 이라크 정부와 미국에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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