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스라에서 26일 시아파 민병대원으로 보이는 무장대원들이 교전중이다. <에이피티엔> 방송 화면을 촬영한 사진이다. 바스라/AP APTN 연합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강력 응징”…군사작전 중단 시위도
보안군·민병대 무장충돌 전국 확산 “수백명 사상”
보안군·민병대 무장충돌 전국 확산 “수백명 사상”
지난해 미군의 증파 이후 이라크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과는 달리, 이라크 내의 시아파 민병대와 이라크 정부군의 교전이 확산되고 있다. 바그다드의 미 점령당국 핵심지역인 그린존도 27일 사흘째 포격을 받았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지난 25일 정부군과 마디 민병대의 교전이 벌어진 바스라 현지를 직접 방문해 오는 28일까지 투항할 것을 최후통첩하자, 시아파 민병대와 정부군 사이의 교전이 바스라 등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 최대의 유전지대인 바스라를 장악하려는 마디 민병대의 시도에 맞서, 직접 진압을 독려하려고 현지를 방문했다.
시아파 민병대의 거점인 사드르시에 이어 바그다드 전역과 바스라 등 남부지역 도시들로 확산된 시가지 교전으로, 사망자가 140여명에 육박하고 적어도 300여명이 다쳤다고 이라크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따 <에이피>(AP) 통신 등이 27일 전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마디 민병대의 일부 소조직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테러를 저지르고 있으며 밀수에도 가담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전개했다.
사드르 지역 주민 수백명은 정부군에 바스라와 다른 도시들에서의 군사작전 중단과 철수를 요구하며 지난 25일 거리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를 이끈 셰이크 살레 알에라이비는 “미 점령군과 그들에게 스스로를 팔아넘긴 변절자인 이라크 보안군이 자행한 무력 공습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아파 지역에서도 많은 상점과 관공서가 마디 민병대의 ‘시민불복종 운동’ 지시에 따라 문을 닫았다.
바그다드에 있는 미군 점령당국의 심장부인 ‘그린존’도 이날 사흘째 로켓탄과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미군 당국은 “이 공격으로 미군과 미국 민간인 등 4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주요 도시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마디 민병대 지도자 무크다다 알사드르의 핵심 측근인 하짐 아라지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말리키 총리가 바스라에서 나간다면 회담을 위한 특사를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남부 유전지대를 근거지로 삼는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 알사드르 쪽은, 집권 시아 정파인 이라크이슬람최고위원회(SIIC)가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알사드르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기 위해 그를 체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 25일 영국 일간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가 법질서를 어기는 무장세력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한 결정은 이라크가 주권국으로 발전하는 긍정적 조치”라고 말해, 이라크 정부군의 시아파 민병대 소탕을 옹호했다.
<비비시>의 중동 전문가인 로저 하디는 “이라크 정부의 의도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마디 민병대가 바스라 지역을 장악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며 “말리키 총리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군사작전이라는) 위험한 전략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