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선거 앞두고 이반한 민심 달래기” 비판도
철권통치를 일삼아온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대선·총선을 3주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무가베 대통령은 9일 ‘모든 기업의 지분 51% 이상을 흑인 현지인이 소유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이 법안은 90일 뒤부터 효력을 갖게 된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정부 쪽은 나라가 일궈낸 부의 열매를 전체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흑인들에게 나눠주는 “역사적 조처”라며 “아프리카 전역에서 최초”라고 밝혔다. 짐바브웨에 진출한 바클레이은행, 유니레버 등 외국 기업들은 법안 발효 전까지 현지 동업자를 구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이 법안의 실제 혜택은 소수 부유층에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경제실정으로 민심을 잃은 무가베 정권이 29일 동시에 치러지는 선거를 겨냥해 내놓은 홍보성 정책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흑인 농민들에게 ‘최첨단’ 장비와 원료를 제공하고, 가축을 나눠주겠다는 정부 방침도 선심성으로 보인다. 농민 지원책은 재정조달 계획조차 불분명하다. 과거에도 장비를 ‘공짜’로 나눠준 적이 있지만, 여당 지지자들에게만 차례가 돌아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지적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최근 무가베 정권의 경제실정이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은 세계 최고 수준인 10만%로, 화폐 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비누는 칼로 자른 토막, 식용유는 숟갈 단위로 판매한다. 인구 45%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업률은 85%에 이른다. 지난 1월엔 국민 전체 3분의 1 가량이 긴급구호식량에 의존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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