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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피의 복수전’ 되풀이…케냐 사태 ‘악화일로’

등록 2008-01-28 21:23수정 2008-01-28 21:28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나이바샤에서 27일 종족간 충돌이 벌어져 주민들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고 있다. 나이바샤/AP 연합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100㎞ 떨어진 나이바샤에서 27일 종족간 충돌이 벌어져 주민들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고 있다. 나이바샤/AP 연합
종족간 유혈충돌 한달째…생지옥 방불케
곳곳서 방화·살해…한달새 800명 희생·난민 25만명
정치권 ‘네탓 공방’만…코피 아난 중재도 효과 미지수

피를 흘리며 쓰러진 어머니 곁에선 젖먹이 아기가 울부짖고, 새까맣게 타버린 집엔 알아볼 수도 없게 그을린 주검만 즐비했다. 대통령 선거 부정의혹으로 촉발된 종족간 유혈사태가 27일로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관광대국 케냐는, 발붙이기 힘든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여야 지도자들의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피의 악순환’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소요 사태 초기엔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가진 루오족 등의 공격으로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이 속한 키쿠유족 주민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키쿠유족의 ‘복수’도 끊이지 않는다.

27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서쪽으로 60㎞ 떨어진 나이바샤에선 루오족을 겨냥한 키쿠유족의 잔인한 복수전이 벌어졌다. 5명이 집 안에서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적어도 22명이 사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경찰은 방화범들이 주민들을 집에 가둔 채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머지 희생자들은 이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난도질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자신을 키쿠유족이라고 밝힌 앤서니 므왕기는 이날 “우리의 형제·자매를 살해한 이들에게 복수를 하러 왔다”며 “키쿠유족 1명이 죽을 때마다 3명을 죽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4일 밤 케냐의 4번째 도시 나쿠루에서도 종족 충돌이 벌어져, 55구의 주검이 시체안치소로 옮겨졌다. 나쿠루 외곽 빈민가에서도 주검 5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에이피>(AP) 통신은 한달 동안 800여명이 희생됐으며, 25만5천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지만, 케냐 정치권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키바키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와 직접 대화하겠다면서도, 대통령직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오딩가는 키바키 대통령의 사임과 재선거 실시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며, “일부 폭도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날을 세운 상태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난 전 총장은 26~27일 키바키 대통령과 오딩가를 만나 협상 대표 3명씩을 선임하라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결과를 낙관하는 케냐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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