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재 나서…여야 협상 분기점 될 듯
대선 부정 시비로 유혈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케냐의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온 야당 쪽에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해 귀추가 주목된다.
키바키 대통령은 5일 성명을 내 “국민 통합과 상처치유, 화해를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성명 발표에 앞서 미국 국무부가 급파한 젠데이 프레이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와 면담한 키바키 대통령은 “프레이저 차관보가 혼란을 끝내기 위해 야당 세력을 만나도록 권했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차관보는 앞서 야당 오렌지민주운동(ODM)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도 만나 중재를 모색했다.
오딩가 후보는 “정식 제안은 없었다”면서도 “공식적인 협상을 통해서만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선거 재실시’ 요구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어서, 여야의 협상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그렇지만 오딩가 후보는 “거국내각은 케냐 국민들의 권리를 앗아가는 속임수이며, 불법적으로 집권한 키바키가 협상 테이블에 대통령 자격으로 나올 순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프레이저 차관보는 오딩가 후보를 다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딩가의 근거지인 서부 키슈무에서는 키바키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키쿠유족 수백명이 버스에 태워져 마을에서 추방됐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또 트럭 운행 중단으로 운송로가 마비돼 곳곳에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대선 부정시비에 따른 소요사태로 지금까지 350여명이 숨지고, 25만명이 난민 신세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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