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100만명 집회” 예고에 정부 “실탄 사용 진압” 경고
유엔 등 중재에도 해결 난망
유엔 등 중재에도 해결 난망
종족 분쟁 위기로 치닫고 있는 케냐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한 야당의 항의집회 추진에 정부가 실탄 사용까지 경고해 대규모 유혈충돌이 우려된다.
라일라 오딩가 후보가 이끄는 오렌지민주운동은 선거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케냐인들을 우후루 공원으로 초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3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오렌지민주운동의 고위인사인 윌리엄 루토는 정부 쪽의 잇단 경고에 아랑곳않고 “케냐에 정치집회 참가를 금지하는 법은 없다”며 경찰에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날 집회에 100만명 이상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선을 선언한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오딩가 쪽에 있다며 강경 진압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라파엘 투주 외무장관은 앞서 1일 “대통령은 이미 취임했고, 선거는 끝난 만큼 케냐인들과 야당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집회 해산에) 최루탄으로도 효과가 없다면 불가피하게 실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선 뒤 모든 정치집회를 금지하고, 국민들에게 허가받지 않은 집회에 참가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다.
사태 악화가 우려되자 유엔과 미국 등도 개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일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게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고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키바키 대통령과 오딩가 후보 쪽에 전화를 걸어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그러나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국내정치 사안인 이번 사태에 대한 외부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으며, 원조 중단이나 경제제재 등은 케냐 경제의 특성상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케냐가 주로 두바이의 은행들과 거래하므로 가장 강력한 제재 방안이 될 수 있는 은행거래 동결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케냐에서는 선거부정 시비로 촉발된 소요사태가 오딩가 후보의 기반인 루오족과 키바키 대통령이 속한 키쿠유족 사이의 종족 분쟁으로 번지면서 지금까지 328여명이 숨지고 1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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