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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프리카 경제 성공모델서 계층갈등·종족분쟁 늪으로

등록 2008-01-02 19:35수정 2008-01-02 19:37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에서 1일 폭동이 일어나자 한 주민이 자녀들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다. 케냐적십자사는 대선부정 논란으로 치안이 불안해진 서부지역에서는 적어도 7만여명이 집을 떠나 피신했다고 밝혔다. 나이로비/AFP 연합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에서 1일 폭동이 일어나자 한 주민이 자녀들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다. 케냐적십자사는 대선부정 논란으로 치안이 불안해진 서부지역에서는 적어도 7만여명이 집을 떠나 피신했다고 밝혔다. 나이로비/AFP 연합
케냐 사태, 닮은꼴 나라 ‘코트디부아르’ 전철 밟을라 우려
‘경제 허브’ 잘 나가다
부정선거→내전 수렁
‘최악’ 빈부격차 공통점

아프리카 대륙에서 비교적 안정된 발전을 일궈온 케냐가 격렬한 내부 대립으로 내전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아프리카 모범생’으로 칭송받았던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의 내전에 이은 이번 케냐 사태로 아프리카의 ‘발전 모델’은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냐의 유력지 <더네이션>은 현재 상황을 두고 “완전 붕괴 직전”이라고 표현했다.

케냐와 코트디부아르는 1960년에 각각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것을 비롯해 많은 면에서 닮았다. 코트디부아르는 2002년 내전 이전까지만 해도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케냐는 급성장하는 관광산업과 이동통신산업 그리고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동아프리카의 ‘경제 허브’로 자리잡았다. 분쟁·기아·에이즈 등으로 점철된 아프리카에서 발전이 기대되던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두 나라 모두 선거부정 시비에 발목이 잡혔다. 이는 뿌리깊은 경제적 불평등과 해묵은 종족·지역 갈등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코트디부아르는 2002년 부정선거로 촉발된 사태에 군이 개입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케냐에선 군이 비교적 제도화되고 탈정치화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이 군대를 움직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키바키 대통령이 군을 동원하려 든다면, 코트디부아르와 마찬가지로 케냐 군부도 종족에 따라 쪼개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케냐 군부에서 키바키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키쿠유족의 기반이 굳건하지 못한 상태다. 야당 오렌지민주운동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는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평화롭던 코트디부아르가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라”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원조에 나선 서방 국가들이 정권의 부정부패와 불평등 심화 등에 눈을 감은 것도 이들 나라의 위기를 키웠다. 케냐는 대테러전쟁의 중요한 축인데다, 아프리카의 ‘안정된 섬’이었기 때문에 유엔 등 국제기구와 개발원조단체들의 주요 사업 무대가 돼왔다. 지난 2005년 반부패 수장이었던 존 기트홍고가 케냐 정부의 각종 부패상을 입증하는 자료를 들고 영국으로 망명해 실상을 폭로했지만, 영국 등은 케냐 정부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신 지원을 늘렸다. 영국 국제개발기구(DFID) 조사를 보면, 2003~04년 3천만파운드 규모였던 케냐 지원금액이 2005~2006년엔 오히려 5천만파운드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키바키 대통령의 집권 2년 동안 케냐는 6%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빈부격차는 악화됐다. 1990년대 48%였던 빈곤선 이하의 인구는 최근 55%까지 늘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케냐 국민 다수가 6% 경제성장의 열매가 키쿠유족에게만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며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이 좌절과 분노에 가득찬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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