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지구촌 현장
2008 지구촌 현장
키쿠유족 정치·경제 ‘독점’에 루오족 반발…유혈사태 전국 확산
선거불복 오딩가 ‘대통령 선언’ 예고…정부 “쿠데타 규정 강력처벌” 지난달 28일 케냐의 대선 부정 시비로 촉발된 소요사태가 종족간 갈등 양상으로 번져, 종족 분쟁으로 치닫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요 발생 나흘째인 1일 선거 부정에 대한 분노가 수도 나이로비의 슬럼가에서 조용하던 인도양 쪽의 도시들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소요사태로 인해 서부 엘도레트 시에서 23명의 새로운 사망자가 보고되는 등, 지금까지 185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사주간 <타임>은 유혈사태가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을 지지하는 최대 종족 키쿠유족과 야당 오렌지민주운동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지지하는 루오족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양쪽 진영 모두 친미를 표방하는 등 정책상 큰 차이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유혈사태는 1963년 케냐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경제·정치적으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해온 키쿠유족에 대한 종족 차원의 반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장한 주민들이 도로에서 차량을 멈춰세우고 탑승자들의 신분을 확인한 뒤, 키쿠유족이면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또 서부에선 국경을 넘어 우간다로 피신하려던 키쿠유족 다수가 목격됐으며, 케냐 동부 최대 관광도시 몸바사에서는 키쿠유족 6명이 난도질을 당한 채 숨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케냐 적십자 관계자는 사망자 가운데 다수가 종족간 충돌 과정에 숨졌다며, 부상자를 치료하는 적십자 직원들에게 어떤 부족과 연계돼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딩가 후보의 선거 결과 불복 이후 종족 갈등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나이로비의 키쿠유족 밀집 지역인 마트하레에선 루오족을 겨냥한 폭행 사태가 일어났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오딩가 후보의 거점인 서부 키슈무에서는 폭력사태가 극심한 상태다. 정부는 이 지역 경찰들에게 발포를 명령해, 수십여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낮에도 2명 이상의 집단행동은 금지했다.
나이로비는 현재까지도 수천명의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사태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나이로비 빈민가에 진압경찰을 배치해 시위대 합류를 막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키쿠유족 지역과 루오족 지역 사이에 장벽을 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케냐에서도 종족 갈등은 해묵은 난제다. 국제공화협회의 지난해 9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케냐인 38.4%가 후보자의 정책이나 인성보다는 출신 종족을 따져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케냐 인권단체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6개월 동안 70여건의 종족 갈등과 관련된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종족 분쟁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딩가 후보는 자신이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오는 3일 취임식을 겸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키바키 정부는 이를 쿠데타로 규정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혀 또 한번의 대규모 유혈 사태를 예고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선거불복 오딩가 ‘대통령 선언’ 예고…정부 “쿠데타 규정 강력처벌” 지난달 28일 케냐의 대선 부정 시비로 촉발된 소요사태가 종족간 갈등 양상으로 번져, 종족 분쟁으로 치닫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요 발생 나흘째인 1일 선거 부정에 대한 분노가 수도 나이로비의 슬럼가에서 조용하던 인도양 쪽의 도시들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소요사태로 인해 서부 엘도레트 시에서 23명의 새로운 사망자가 보고되는 등, 지금까지 185명이 목숨을 잃었다.
통행금지령 선포
케냐 폭동진압경찰들이 31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선거부정 규탄 시위를 벌인 야당 지지자들에게 진압봉을 휘두르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케냐에서도 종족 갈등은 해묵은 난제다. 국제공화협회의 지난해 9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케냐인 38.4%가 후보자의 정책이나 인성보다는 출신 종족을 따져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케냐 인권단체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6개월 동안 70여건의 종족 갈등과 관련된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종족 분쟁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딩가 후보는 자신이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오는 3일 취임식을 겸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키바키 정부는 이를 쿠데타로 규정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혀 또 한번의 대규모 유혈 사태를 예고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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