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참가 이유 아시아계 노동자 4천명 추방령
노동조합 결성 금지…임금인상 권리도 허용안돼
노동조합 결성 금지…임금인상 권리도 허용안돼
‘사막의 기적’ ‘21세기형 발전 모델’ 등의 찬사를 받아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전근대적 노동 관행이 일상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 고위 관료인 후마이드 빈 디마스가 “파업과 폭력 시위에 가담한 외국인 노동자 4천명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빈 디마스는 “이들은 일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고, 우리도 강요할 생각이 없다”며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건설 노동자들의 파업과 농성 시위를 비난했다. 두바이 경찰은 30일 시내 제벨알리의 농성지에서 ‘현장복귀’를 거부하는 아시아계 이주노동자 4천여명을 체포·수감했다고 밝혔다. 버스 14대를 부수고 행인을 공격하는 등 폭력적 파업을 벌였다는 게 그 이유다.
대부분 인도인으로 알려진 시위대는 임금 50% 인상과 주거·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근무하면서, 한달 600~1천디르함(약 15만~25만원)의 저임금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달러에 고정환율을 적용하는 디르함화의 가치 하락으로, 본국에 송금하는 노동자들의 월급봉투는 더욱 초라해졌다. 위생과 같은 기본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컨테이너식 임시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등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최근 유례없는 두바이의 인플레이션도 이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법적 보호망도 취약하기 그지없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노동법은 노동조합을 금지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기본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알리 빈 압둘라 알카비 노동장관은 “노동자들은 이미 고용계약에 동의했으므로, 파업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인간 이하의 노동 환경”이라고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부를 비난하며 “노동 학대 중단”을 요구했다. 두바이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등 출신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는 70만명에 이른다.
두바이를 떠나려는 이주노동자들도 늘었다. 지난 6월 두바이 정부는 불법 이주노동자 사면을 단행해, 귀국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건없이 편도 비행편을 제공했다. 그러자 저임금과 고물가에 시달리던 노동자 28만여명이 한꺼번에 귀국에 나섰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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