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도로서 잇단 테러…활동가 살해·납치 일쑤
아프가니스탄의 치안 상태가 날로 악화하면서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의 손발이 묶이고 있다.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지 6년이나 지났지만, 아프간 주요 도로의 치안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구호 요원들을 겨냥한 자살 폭탄테러 등이 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까지 구호요원 34명이 살해되고 76명이 납치됐으며, 유엔 시설과 물자지원 차량 등 100여개가 약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살해되거나 납치당한 구호요원의 대다수가 의사와 폭발물 제거요원, 기술자 등 현지인들이라고 밝혔다. 톰 쾨닉스 유엔특사는 이날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 문제 때문에 아프간 남부의 순환도로 대부분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공격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아프간 남부의 치안 상황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도 헬만드주 라시카르가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일어나 테러범과 민간인 등 5명이 숨졌다. 이번 테러는 지난 9월 이후 10번째 일어난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 지역에서 지난해에는 5건에 불과했던 물자지원 차량에 대한 공격이 올해는 30건으로, 6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남부 칸다하르와 서부 헤라트를 오가던 세계식량계획의 물자지원 차량은 6주째 발이 묶인 상태다. 릭 코르시노 세계식량계획 아프간 지부장은 “아프간 서부 지역은 사실상 6월 이후 식량 지원이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치안 상황이 나빠지면서 수송 비용도 1년새 25~50%나 올랐다. 세계식량계획은 500만명 정도의 아프간인들이 식량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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