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소탕 작전 관련
터키 의회가 17일 미국과 이라크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침공을 승인했다.
터키 의회는 이틀전 터키 정부가 제출한 군사작전 동의안을 이날 찬성 507표, 반대 19표로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로써 터키군은 향후 1년동안 언제든지 이라크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소탕 작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터키에서는 최근 20년 넘게 무장 분리운동을 전개해온 쿠르드노동자당(PKK) 게릴라의 습격으로 터키 병사 13명이 숨지면서 쿠르드족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터키 정부가 즉각 군사 작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의회의 승인이 군사작전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과 이라크 등 관련국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라크에서 ‘비교적 조용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쿠르드자치주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와 미국은 터키의 군사작전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 지역 국경을 맞댄 이란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투표 직전 에르도안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에서 쿠르드노동자당을 제거할 결심이 섰다”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이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며 터키 정부의 위협 활동 자제를 촉구했다. 이라크의 쿠르드자치주 정부 관계자들은 ‘어떤 침략도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쿠르드노동자당은 1984년 이후 터키 국경을 넘나들며 터키 남동부 지역의 자치 확보를 목표로 터키 정부와 맞서왔다. 국제유가는 이날 터키 의회가 군사작전 동의안을 의결하자,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88달러를 기록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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