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군 납치·성폭행 ‘일상다반사’
18살의 콩고 여성 호노라타 바린지반와는 지난 4월 마을을 급습한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 그는 이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몇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종일 나무에 묶여 지내야 했다. 무장세력은 4개월 동안 그를 ‘성노예’로 부리다 풀어줬다. 그의 목에는 아직도 밧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그 때의 상처를 증언하고 있다. 그는 현재 임신 중이다.
콩고 지역에서 여성들이 조직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등 사상 최악의 성폭행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유엔 등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유엔은 지난해 남부 키부지역에서만 2만7천여명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존 홀름스 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차장은 “콩고의 성폭력은 세계에서 최악의 수준”이라며 “규모와 잔학성, 처벌의 부재 등 상황은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설명했다.
동콩고 등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수많은 지역에선 무장세력이 몸값을 노리고 여성을 납치하는 일이 빈번하다. 1994년 ‘르완다 사태’ 이후 콩고의 산림지역으로 숨어든 후투족의 일원 ‘라스타스’도 여기에 가담하고 있다. 이들은 3살 여아부터 75살 노인까지 노소를 가리지 않으며, 총구를 들이댄 채 남편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동콩고에서 보건소를 운영하는 유럽구호기관 말테저 인터내셔널은 올해 성폭행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8천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6338명에 비해 1천여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 기관은 샤분다시에선 여성 70%가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콩고의 성폭력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병원에선 성폭행 피해자들을 치료할 병상이 부족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환자들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남편에게 학대받거나 살해당하는 여성의 숫자도 증가하는 등 여성에 대한 잔학 행위가 ‘거의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최근 성폭행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을 밝히고 숲 주변을 야간 순찰하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다. 오랜 내전을 겪어온 콩고에선 정부군과 반군 세력들의 갈등이 여전하며, 사법체계와 군·경찰이 제 기능을 거의 못하는 상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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