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다르푸르 북부의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 하스카니타 캠프가 피습당한 다음날인 30일 평화유지군 병사들이 캠프를 떠나고 있다. 하르툼/AP 연합
수단 정부군-반군
서로 ‘상대 소행’ 주장
평화협상 먹구름
서로 ‘상대 소행’ 주장
평화협상 먹구름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에 파견된 아프리카연합(AU)군 기지가 처음으로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10여명이 숨졌다.
누레딘 메즈니 연합군 대변인은 “29일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괴한들이 30여대의 무장차량을 이끌고 연합군 캠프를 기습했다”며 “연합군이 다르푸르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시작한 이래 한꺼번에 가장 많은 병사들이 희생됐고, 총과 트럭 등을 약탈당했다”고 30일 밝혔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연합군 기지에 대한 공격이 일어난 것은 2004년 연합군이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수단 정부군과 반군은 모두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단 정부군 대변인 알리 사디크는 “정부군은 아프리카연합군과 협력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며 이번 공격이 정부군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부군은 이번 공격의 주체로 주요 반군 조직의 하나인 정의평등운동(JEM)을 지목했다. 그러나 정의평등운동은 <비비시>(BBC) 방송에 성명을 내어 “아프리카연합군은 다르푸르 사람들을 도우러 왔다”며 “우리는 연합군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수단 정부와 반군 조직 사이의 평화협상을 앞두고 일어나, 협상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하고 있다. 일부 반군 조직들은 협상 참여 조건으로, 정부가 반군 소탕작전에 동원해 온 것으로 알려진 민병조직의 우선 해체 등을 요구해 협상 성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회담을 앞두고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입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은 아프리카연합군만으로는 평화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2만6천명 규모의 국제평화유지군을 다르푸르에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즈먼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주교가 이끄는 ‘국제 원로들의 모임’ 대표단이 이날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도착했다. 투투 대주교는 도착 회견에서 그동안 소외돼 있던 다르푸르 주민들과 분쟁에 관계된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평화 정착을 돕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단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의 부인 그라사 마셸이 동참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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