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국들, 진통제 사용 규제로 스스로 목숨끊는 환자 속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사는 40대 여성 자이나부 세세이는 유방암을 앓고 있다. 살갗까지 터져나온 종양에선 피가 흐르고 심한 악취가 난다. 암세포는 이미 림프선과 늑골까지 파고들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세세이는 고통 속에서 죽어 가고 있다.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은 고사하고 순간순간을 버틸 방법이 없다. 선진국이라면, 이미 모르핀·옥시코데인·펜타닐 같은 진통제를 처방받았겠지만, 이곳에서는 구할 수 없다.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선 암·에이즈 등에 걸린 환자 수백만명이 진통제를 구하지 못해 고통스럽게 죽어 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공급이 부족하거나 값이 비싸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모르핀이나 코데인 등의 원료는 인도와 터키,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값 또한 싼 편이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진통제 사용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값싸고 효과 좋은 진통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지만, 아프리카 나라들은 그 중독성과 마약 범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에서 셰퍼드 호스피스를 창설한 가브리엘 마디예 박사는 “내전을 겪으면서 마약 중독으로 인한 엄청난 폐해를 목격해온 탓에 우리 사회에는 마약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의사와 약사만 모르핀을 다룰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에라리온의 전체 의사 수는 100명에 불과하다. 인구 5만4천명당 1명 꼴이다. 어렵게 진통제를 구하더라도 환자들에게 투약하기 매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하다고 아프리카 의사들은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