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나치 혐의를 받고 있는 옛 소련 출신 이스라엘인들이 활동할 때 찍은 사진. 이스라엘 경찰이 9일 공개했다. 예루살렘/AFP 연합
옛 소련 이민자 자녀 8명
의회 “귀환요건 강화해야”
의회 “귀환요건 강화해야”
이스라엘 건국의 계기가 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자행한 나치를 찬양하는 조직이 이스라엘에서 검거됐다. 이스라엘의 존립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로, 이스라엘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스라엘 경찰은 9일 나치 문신을 하고 외국인과 동성애자, 독실한 유대교 신자들한테 폭력을 휘둘러 온 네오나치 일당 8명을 한 달 전께 체포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같은 규모의 네오나치 조직이 이스라엘에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경찰은 체포된 이들이 16~21살 사이의 옛 소련 출신 이민자들로, ‘히틀러 만세’를 뜻하는 숫자 ‘88’ 등의 문신을 새기고 지난해 텔아비브 동부 페타티크바의 한 유대교 회당에 나치의 십자장과 히틀러 이름의 낙서를 한 것을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와 동성애자 등을 공격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사진과 비디오로 촬영하기도 했다. 이들의 집에서는 나치시대의 군복과 히틀러의 초상화를 비롯해 칼과 총, 탄약 등 무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제목 아래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역시 이들의 행동을 “폭력을 위한 폭력”이라고 규탄하면서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의 교육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체포된 이들이 조부모 중 1명만 유대인이면 이스라엘에 거주할 수 있도록 규정한 ‘귀환법’에 따라 옛 소련에서 온 이민자임이 밝혀지자, 의회에서는 반유대행위자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추방하도록 귀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이민국에 따르면 귀환법에 따라 1990년대부터 120만여명의 옛 소련 주민들이 이스라엘로 이민을 왔지만, 이중 30만명은 스스로를 유대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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