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협상대표단이 지난 11일 탈레반과의 직접 대면 협상 장소인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적신월사에 도착하고 있다. (왼쪽 사진) 탈레반의 협상 대표인 물라 바시르(왼쪽)와 마울비 나스룰라(오른쪽)가 11일 대면 협상 장소인 가즈니시 적월신사 사무소 밖에서 기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가즈니/AP 연합
AIP보도 “대변인, 적신월사에 인계될 것”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26일째인 13일 여성 피랍자 2명의 석방이 확실시된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이슬람통신>(AIP) 전화통화에서 “한국인 인질 2명이 현지시각으로 오후 4시(한국시각 저녁 8시30분)에 적신월사에 넘길 것”이라며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협상단과 탈레반은 이날 가즈니시 적신월(이슬람권 적십자)사 사무실에서 인질 석방을 위한 3차 대면 협상을 벌인 뒤, 피랍자들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협상단은 이들 여성 피랍자의 건강상태를 간단히 점검한 뒤 바그람 미군기지 안에 있는 동의·다산부대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남은 19명의 안전과 석방을 고려해야 한다”며 “피랍자들이 건강을 회복한 뒤 조기에 귀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 소식통은 이날 “통상 인질들은 풀려난 다음 기자회견을 했으나, 이번에는 인질들이 매우 아픈 상황”이라며 “게다가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인질들의 언론 노출을 꺼리고 있어 바그람 기지로 바로 이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지사의 말을 따, 아프간 정부가 협상 장소인 적신월사 주변에서 기자들의 취재를 금지시켰다고 이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협상단 인터뷰, 사진 촬영, 비디오 촬영을 모두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인질 2명의 석방이 지연된 것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석방 조건의 이행에 대한 탈레반의 평가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당국자는 1·2차 협상에서 탈레반이 △한국이 ‘평화 지르가’(부족 원로회의)에 한국인 피랍자의 조속한 석방과 함께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이것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보도되도록 할 것 △한국군의 연말 철군 계획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 조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며 “이에 대한 탈레반의 평가가 늦어져 석방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중언 서수민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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