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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어지러운 가명 보도…독자는 헷갈린다

등록 2007-08-07 07:40수정 2007-08-07 14:53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국내 언론 어지러운 가명 보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국내 언론 어지러운 가명 보도
일부 통신원 국내외 여러매체와 계약
국내언론선 “외신이 확인보도” 호들갑
‘취재윤리’ 위험수위…언론 신뢰성 흔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에 대한 현장 취재가 막힌 국내 언론들이 현지 통신원 등을 활용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31일 알리 아부하산(가명)을 특별 통신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 가명 통신원의 글을 1면 머릿기사 등 주요 기사로 연일 보도하고 있다. <동아일보>도 3일부터 통신원 아미눌라 칸(가명)의 리포트를 1면 등에 싣고 있다.

이런 보도는 먼저 기사의 신뢰성을 현격하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지적된다. 저널리즘 윤리가 뿌리내린 선진국과 달리, 오랜 전쟁과 탈레반 통치에 시달려온 아프간에선 성숙한 저널리즘이 자리잡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도 전투가 한창이어서 엇갈리는 정보와 선전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이 검증하기 힘든 아프간 현지 통신원의 기사를 그대로 내보내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인 피랍자들의 생명이 걸린 사안에 대해 가명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김영욱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실장은 “우리 기자가 현장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언론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자기 이름을 실명으로 박지 못하는 통신원의 기사가 남발되면 독자들은 혼란스럽고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늘어나고 있는, 검증받지 않은 취재원의 기사들이 과연 정보의 가치성이 있는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가명 보도의 남발로 취재 윤리가 실종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중앙일보>는 “탈레반이 일부 인질을 데리고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팍티카주로 이동했다”는 통신원 기사를 내보낸 다음날인 3일 외신들이 <중앙일보> 보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자사 보도를 확인한 외신으로 <뉴스위크>와 <아사히신문>을 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프간 현지에선 <중앙일보>의 가명 통신원이 <뉴스위크>의 통신원이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이 통신원은 <아사히신문>과도 함께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중앙일보> 특별 통신원 아부하산이 <뉴스위크>의 통신원인 사미 유사프자이와 동일 인물이라면, 중대한 취재 윤리 위반이 된다. 똑같은 사람이 보낸 내용을 마치 외국의 유수 언론이 별도로 확인한 신뢰성 높은 기사인 것처럼 조작한 게 되기 때문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왜곡 보도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 언론들이 피랍 문제에 미국이 책임 없다고 보도하는 것은 사건을 왜곡하는 것이며,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정당화하는 보도는 피랍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파병반대국민행동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왜곡 보도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 언론들이 피랍 문제에 미국이 책임 없다고 보도하는 것은 사건을 왜곡하는 것이며,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정당화하는 보도는 피랍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에 대해 중앙일보 채인택 국제부 부장은 “통신원의 이름을 가명으로 쓴 것은 신변보호에서다. 이 통신원은 이미 아프간에서 납치와 고문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유력 언론의 통신원으로 이름을 밝히면 독점이 힘들어진다”고 해명했다. 채 부장은 동일 인물 여부에 대해서는 “아부하산이 아사히와 뉴스위크의 통신원과 동일 인물인지는 그쪽의 통신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3일치 1면에서 “본인의 요구에 따라 가명으로 탈레반의 동향과 인질의 상황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유력 언론들은 기사의 신뢰성 담보를 위해 통신원들의 이름을 반드시 공개하며, 통신원만의 기사를 가명으로 내보내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해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언론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한 신문사가 발굴한 외국 언론인을 다른 언론사에서 채가려는 일도 생기고 있다. <조선일보>는 4일치에 탈레반 전문기자인 파키스탄 <더 뉴스> 라히물라 유수프자이 에디터의 글을 실었는데, 이는 <한겨레>가 2일치에 실은 이 필자의 글과 매우 유사한 내용이다. 이 필자는 <조선일보>로부터 높은 원고료를 줄 테니 기사를 독점 공급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중언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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