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어 쓰는 인질, 언론과 통화
“납치범들이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살려주세요. 우리는 잘못한 것 없어요.”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이 여성은 4일 〈아에프페〉(AFP)통신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납치된 다른 3명과 함께 있다고 밝힌 이 여성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죽고 싶지 않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애원했다. 그는 한국 및 아프가니스탄 정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이 나서서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전쟁은 절대 안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린 정말 위험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에프페〉 통신은 전화통화에서 그가 밝힌 이름이 ‘싱 조-힌(Sing Jo-hin)’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납치 피해자 명단 어디에서도 이와 같거나 비슷한 이름을 찾을 수 없어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통화 초반부에서 아프간 언어인 다리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현지에서 합류한 박혜영, 이지영, 임현주씨 가운데 1명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족들은 이번 전화통화의 목소리가 공개되지 않아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납치세력의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확인해주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피랍자 가족모임 대표 차성민씨는 “목소리 공개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며 “여기에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오히려 피랍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는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아에프페〉에 전화를 걸어 인질을 바꿔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6일 임현주씨의 목소리가 미 〈시비에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개된 이래,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전화통화 내용이나 모습이 보도된 것은 여섯번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