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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랜토스 “내 손자 잡혔어도 탈레반과 협상안해”

등록 2007-08-04 08:31

"한국 아프간 조기 철군 유감..오히려 증파해야"

톰 랜토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3일(현지시각) 아프간 한인 인질사태에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

랜토스 위원장의 이 발언은 한국 국회의원단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나왔다.

한인 인질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의 협력을 촉구하러온 한국 의원단은 랜토스 위원장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동맹국인 한국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랜토스 위원장이 위안부 결의안 처럼 인질 사태에 대해서도 인권문제라는 차원에서 지혜로운 해법을 제시해달라는 부탁도 있었다고 이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전했다.

한국 의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랜토스 위원장은 '내 입장을 밝히겠다'며 입을 열었다.


'한국인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하지만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된다. 나는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 테러범들과 협상하면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일어나고 그동안 쌓아온 모든게 무너질 것이다'

랜토스 위원장은 여기에 몇 마디를 덧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가 아프간 조기 철군을 밝힌 것은 유감이다. 아프간 사태야 말로 인권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한국 등 모든 문명사회가 아프간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한국은 아프간에서 철군하기보다 오히려 병력을 늘려야 한다'

랜토스 의원은 미 의회 내에서 지한파 인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홀로코스트(대학살)에서 살아남은 그는 또 대표적인 인권옹호자이기도 하다.

최근 위안부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고, 외교위원장으로서 외교위 통과를 주도했으며, 하원 본회의 찬성 토론에도 앞장서 만장일치 통과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그는 북한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미국 정부에 북한과의 대화를 일관되게 촉구해왔다. 스스로도 북한을 방문 한 바 있고 지금도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못지 않게 단호한 입장이다.

그렇기에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랜토스 위원장의 발언이 던지는 메시지는 크고 무겁다. 의원들은 랜토스 의원을 면담하고 나서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한국 의원단에게 입장을 밝힌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의 메시지도 랜토스 위원장과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한인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인질 석방을 위한 몸값 지불과 죄수-인질 맞교환은 안된다.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면 그들은 미군과 한국군을 또다시 공격할 것이다. 테러범들에게 양보를 하면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일어날 뿐이다'라는게 번스 차관이 정색을 하고 밝힌 입장이라고 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은 설명했다.

번스 차관은 '미국은 정말로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여러차례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번스 차관이 언급한 '창조적 외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놓고서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이 역시 양보나 타협을 뜻하는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번스 차관은 '창조적 외교'의 의미를 묻는 김 위원장의 질문에 '한국과 미국, 아프간, 유엔이 한 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하는 수 밖에 없다. 한미간에 이견이 생기면 탈레반의 전략에 휘말리는 격이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번스 차관과 랜토스 위원장을 잇따라 면담한 한국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공통된 입장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태 해결을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깰 수 없다'는 미국 정부와 의회의 공통된 입장 중 강조점은 뒷부분에 있는 것으로 들렸다고 한 의원은 전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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