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무부 “당뇨병으로 쓰러진 상태서 총탄 맞아”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된 피랍 독일인을 부검한 결과, 직접적 사인은 총상이라고 독일 정부가 2일 밝혔다.
독일 외무부는 지난달 18일 동료 1명과 함께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닷새만에 숨진 채 발견된 뤼디거 디트리히(44)가 총격을 받아 숨졌다는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마르틴 얘거 외무부 대변인은 “디트리히가 지병으로 쓰러진 상태에서 2발의 총탄을 맞아 숨을 거두었다”며 “그는 숨진 상태에서 다시 4발의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얘거 대변인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그가 납치범들에 끌려 이동하던 중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했지만 이것이 사망 원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등과 양쪽 무릎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된 디트리히의 주검은 카불을 거쳐 지난달 25일 독일로 이송돼 부검을 받았다.
탈레반은 당시 디트리히 등 독일인 토목 기술자 2명을 납치한 뒤 이들의 목숨을 대가로 독일군 철수를 요구했다. 탈레반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후 통첩 시한이 지나 2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독일 정부는 인질 한명은 아직 살아있으며, 당뇨병을 앓던 디트리히도 살해된 게 아니라 납치 스트레스로 숨졌다고 주장해왔다. 탈레반은 그뒤 독일인 인질 한명은 아직 살아있다고 밝히고, 지난달 31일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탈레반 전투원 4명이 총을 겨눈 채 촬영한 디트리히의 동료 루돌프 B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슈피겔>은 루돌프의 석방을 위해 강력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대외적으로 테러단체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프간 정부와 현지 부족 원로 등을 통해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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