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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가족들 ‘천국과 지옥’ 넘나든 긴 하루

등록 2007-07-26 02:32수정 2007-07-26 03:47

8명 석방 소식 기쁨도 잠시
‘날벼락’ 비보에 깊은 정적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 모여 있던 피랍자 가족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피 마르는 긴장의 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23명 가운데 8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에 이어 배형규 목사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밤 9시께 인질 석방 협상이 실패했다는 비보를 뒤집고 8명이 석방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서울 서초구 한민족복지재단은 순식간에 기대감으로 들떴다. 소식이 전해진 5분 뒤 가족 대표 차성민씨가 휴대폰을 들고 복지재단 회장실로 들어갔다. 이어 닫힌 문 밖으로 박수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쓸어내린 가슴은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25분 뒤 한국인 인질 1명이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회장실에서 나온 차 대표는 굳은 얼굴로 “일단 호흡을 가다듬자. 지금은 외교부와 호흡을 같이 맞춰야 할 때”라며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하고는 다시 들어갔다.

한민족복지재단 관계자는 “일부 인질이 풀려났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일행 중 1명이 살해됐다는 소식에 가족들의 충격이 상당하다”며 “현재로서는 정부 발표 없는 보도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지만 가족들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힘겨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들과 함께 있던 김태웅 샘물교회 사무국장은 “외교부에서 들어온 소식이 없다”며 “살해됐다는 보도 자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소식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은 ‘비관’보다는 ‘낙관’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전날 탈레반 쪽의 ‘인질 맞교환 제의’ 소식을 전해들었던 피랍자 가족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한민족복지재단에 모여 들기 시작했다. 극도의 긴장과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오후 늦게서야 모였던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차 대표는 이날 낮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만큼 오전부터 많은 가족들이 사무실로 모였다”면서도 “이번에는 탈레반 쪽이 협상 시한도 따로 발표하지 않은 만큼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질로 잡혀있는 두 남매의 아버지인 서정배씨 역시 “잠도 잘 잤고 좀 괜찮아졌다”며 조금은 편한 목소리로 대답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복지재단 3층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점심도 주문한 도시락으로 먹으면서 방송에서 눈과 귀를 떼지 않았다.

낮 12시20분께 <알자지라> 방송의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하자, 김형석 복지재단 회장은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과 한국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려고 오는 것”이라며 “좋은 소식이 있으니까 오는 것 아니겠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가족들은 행여나 말 한마디 실수가 납치된 가족들에게 해가 될까 싶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복지재단에 수십여명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가족들은 2명의 풀기자를 통해서만 공식 견해를 발표했다.

김 회장은 특히 일부 언론이 보도한 ‘아프간 은혜유치원 화재’에 대해 “유치원이 전기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피해가 발생한다며 항의하는 이웃 주민과 현지인 유치원 경비원과의 말다툼이 발단이 돼 발생한 것”이라며 “탈레반이 방화를 했다는 등 탈레반을 자극할 수 있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이정애 오혜정 인턴기자(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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