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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피로 물든 파키스탄 ‘붉은 사원’

등록 2007-07-10 18:17수정 2007-07-10 21:35

장갑차에 탄 파키스탄군 병사들이 10일 이슬라마바드 중심가의 ‘붉은 사원’(랄 마스지드)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이날 일찍 이 사원 안에서 저항하던 성직자와 무장한 학생 등을 겨냥한 대규모 소탕작전을 개시해 사원 안으로 진격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
장갑차에 탄 파키스탄군 병사들이 10일 이슬라마바드 중심가의 ‘붉은 사원’(랄 마스지드)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이날 일찍 이 사원 안에서 저항하던 성직자와 무장한 학생 등을 겨냥한 대규모 소탕작전을 개시해 사원 안으로 진격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
최종협상 결‘렬’…정부군 새벽 전격투입 50여명 사망
무샤라프 권력남용 비판 희석용
파키스탄 정부군이 1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내의 랄마스지드(붉은 사원)를 점거한 채 일주일 남짓 대치해온 이슬람주의 학생·성직자 등 ‘무장세력’을 강제진압했다.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은 장갑차와 특공대를 앞세운 정부군의 진압에 총·수류탄·화염병으로 맞섰고 50여명이 숨지는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새벽을 뒤흔든 총격전=초우더리 슈자트 후세인 전 총리를 비롯한 정부 대표단이 9일 최종협상에 나섰으나 무산됐다. 무장세력은 그동안 대정부 투쟁을 주도해온 라시드 가지 등 사원 지도자들의 사면을 요구했으나 정부 쪽은 거부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사원을 점거한 강경파의 ‘자살 폭탄’을 우려해 진입을 자제해왔던 정부군은 오전 4시께 진입 작전을 개시했다. 파키스탄군 대변인 와히드 아르샤드 준장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사원 자체의 무장세력은 모두 소탕됐다”며 “이제 사원에 딸린 이슬람학교에 대한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질로 잡혀 있던 어린이 20여명은 정부군이 사원에 진입했을 때 달려나와 모두 안전하게 구출했다”며 “항복하지 않는 이는 전투원으로 간주해 모두 사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사태 주요 일지
파키스탄 사태 주요 일지
무샤라프의 노림수=붉은 사원을 근거지로 삼은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이 외국인 납치와 공공건물 습격 등을 자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강제진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쪽의 주장이다.

그러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모하메드 초우더리 연방 대법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등 ‘권력 남용’으로 빚어진 정정 불안으로부터 국민들의 눈길을 돌리기 위해 이번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탈레반과 가까운 강경 이슬람세력 진압으로 서구의 비난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샤라프의 권력 기반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무샤라프는 집권 기간 6%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대부분이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한 대가로 받아온 100억달러 이상의 재정지원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실질적 경제 성장은 없었고, 정권의 부패와 사회적 양극화만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계속된 정치적 갈등과 지난 6월 홍수 등으로 민생은 더욱 힘들어졌다.

현행법상 무샤라프가 내년에 물러나면, 2년 동안 민선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 그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상사태 선포를 통한 선거 연기다. 무샤라프가 붉은 사원 무장세력의 격렬한 저항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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