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학생들이 3일 랄마스지드(붉은 사원) 밖의 차량을 부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
이슬람주의 학생들 무력시위
공권력과 유혈충돌로 140여명 사상
공권력과 유혈충돌로 140여명 사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이슬람 사원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학생들과 군·경의 격렬한 총격전이 발생해 파키스탄의 정정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랄마스지드(붉은 사원)가 운영하는 ‘이슬람학교’(마드라사) 2곳의 학생들은 총과 화염병으로 무장한 채 경찰·경비군 등과 총격전을 벌여 적어도 12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다쳤다고 4일 외신들이 전했다. 학생들은 사원 근처 경찰검문소를 공격해 총과 무전기 등을 빼앗고, 정부 건물과 차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에 나섰다. 경찰과 경비군 역시 최루탄으로 시위를 진압하며 실탄 사격도 서슴지 않았다.
당국은 사원 출입을 봉쇄하고, 해당 학교에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경찰 쪽은 학생들에게 최종 해산 시한을 통보하며 ‘무장을 풀지 않으면 강제 진압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살폭탄’을 우려해 사원과 학교내 진입은 하지 않았다. 경찰이 최종 해산 시간을 통보한 뒤 4일 저녁까지 학생 700여명이 사원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 학생 수백명이 사원에 남아 있으며 이 중에는 어린 여학생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딸의 학부모인 모함마드 자베드는 “10살과 14살 딸이 사원 안에 있는데, 딸들은 이슬람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비비시>는 보도했다.
총격전 이후 북부 민고라, 동부 라호르를 비롯한 파키스탄 곳곳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져 소요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친미 정책을 펴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무샤라프는 미국의 개다. 미국의 친구는 모두 반역자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생들이 속한 붉은 사원은 파키스탄이 전통적 이슬람 국가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슬람근본주의 성향이다. 1990년대 말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이슬람 근본정신에 충실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4월 외국인 낙하산 교관과 포옹한 사진을 찍은 전 관광청 장관이 이슬람 율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파트와’(율법 해석)를 내렸다. 5월에는 반정부 투쟁을 벌이면서 경찰관들을, 최근에는 매춘부라는 혐의를 씌워 중국인 7명을 납치·감금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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