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모로코 가족 7년째 거주
관청에 항의하자 폐쇄
관청에 항의하자 폐쇄
“나는 하수구 쪽에서 잤다. 쥐들이 옷을 갉아먹기도 했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위성도시 살레에 사는 카디자 마크부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와 남편 아제 바자, 세 자녀는 시내의 한 공중화장실에서 몇년을 살았다. 그의 신분증에는 주소지가 ‘시디 화장실’로 돼 있다. 이들 가족에겐 이 화장실이 ‘유일한 집’이었다.
이들은 몇년 전 유괴된 딸을 찾느라 모든 재산을 팔아버렸다. 다행히 딸은 찾았지만 빈털터리가 된 이들은 남편이 일하던 공중화장실을 임시 거처로 삼아야 했다. 그리고 하루 이틀 계속된 화장실 생활이 몇 해가 된 것이다.
바자는 이런 극단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국을 찾아다녔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한차례 ‘지붕 없는 집’을 소개해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가 최근 한 신문사에 제보했더니, 며칠 뒤 반응이 있었다. 화장실을 폐쇄해버린 것이다. 바자는 집과 직장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관청에서는 다른 곳을 알아봐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이 없다. <비비시>는 아프리카에서 5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이슬람국가인 모로코에서 이런 비참한 빈곤이 드문 일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얻는 빈곤층은 인구의 19%에 이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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