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 추가제재 논의
이란 “농축 중단요구 근거 없어”
이란 “농축 중단요구 근거 없어”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층 격화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예상대로 22일 이란이 유엔의 중단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라늄 농축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26일 런던에서 회의를 열어 이란 추가 제재 논의에 들어간다.
IAEA는 보고서에서, 이란이 나탄즈 지역 지하시설에 4개 라인 164개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순도 90%의 우라늄 235에 훨씬 못미치는 순도 5% 수준의 농축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뒤 미국은 “추가 제재를 확신한다”며 이란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프랑스도 더 강력한 제재 결의가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추가 제재로는 이란 고위 관리의 여행 금지, 핵개발과 관련이 없는 경제분야의 제재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무하마드 사에디 이란 원자력기구 부의장은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고 국제조약에도 위배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보고서 발표로 이란 추가 제재 움직임은 힘을 받겠지만, 이란 핵 위기가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나치게 강도높은 추가 제재의 추진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항공모함 2대를 걸프해역에 동시 배치한 미국은 언론을 통해 전면 공격 시나리오를 흘리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가 실제 군사적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따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비비시방송>은 미국이 압박을 통해 이란 정부의 변화나 정책노선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은 북한처럼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우라늄 농축 작업의 확대를 서두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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