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부의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9일 좌·우가 따로없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전쟁 지지를 한 배경으로 꼽았다. 이 신문은 한 달이 다돼가는 레바논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스라엘 국내에서 일고 있지만, 전쟁 수행을 욕하는 게 아니라 초라한 전과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세라고 보도했다.
이번 전쟁에는 전통 강경노선 세력인 우파뿐만 아니라 좌파도 지지를 나타내, 이스라엘에서 ‘평화 진영’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가자지구 공습 중단을 요구하던 ‘피스 나우’의 예가 그렇다.
“좌파 시오니스트운동 단체”로 자신들을 소개한 사무총장 야리브 오펜하이머는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정당한 권리를 지녔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처럼, 이스라엘은 레바논 영토를 점령하거나 레바논인들의 삶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며 “유일한 점령자는 헤즈볼라이며,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펜하이머는 자신들한테 논쟁거리는 헤즈볼라 엄단을 이유로 레바논 기반시설을 지나치게 파괴한 것은 아닌지, 민간인 희생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등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전쟁 반대’를 외치는 평화주의자들의 시위는 매주 열리지만, 참여자는 수백명에 그친다.
이스라엘 정치학자 야론 에즈라히는 △이번 전쟁이 보다 분명한 적과의 싸움으로 인식돼 군부 지지가 높고 △헤즈볼라 뒤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란이 있다는 인식이 이스라엘인들을 강경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우파와 중도우파들은 보다 강력한 전쟁 수행을 주문하고 있다. 중동 최고의 군사력을 가지고도 한 달이 되도록 국경에서 불과 몇킬로미터밖에 진격 못한 게, 공군력에 너무 의존하는 ‘소심함’의 결과가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전쟁의 ‘전과 미흡’은 1982년 레바논 남부에 근거지를 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전면전에 들어간 이스라엘군이 9일만에 베이루트까지 진격한 점과 비교되기도 한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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