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블레어 추진 합의…프·독·러도 지지
이스라엘·미국 “헤즈볼라 우선 막아야”
이스라엘·미국 “헤즈볼라 우선 막아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과 헤즈볼라의 로켓포 반격으로 격화하고 있는 레바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세를 압도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그런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만나,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블레어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적대행위를 중지시킬 유일한 방법은 국경지대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를 촉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러시아·이탈리아는 즉각 지지를 표명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레바논 유혈사태를 종식시키키 위해선 평화유지군 배치와 정전지대 설정 같은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인테르팍스> 통신과 회견에서 “유엔의 결정이 있으면 파병을 검토하겠다”고 호응했다.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이 배치될 경우, 그 규모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레바논에는 중국·가나·프랑스·인도· 폴란드 등 7개국으로 구성된 2000명 규모의 다국적군이 주둔해 있으나, 이들은 실질적인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평화유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은 이스라엘의 완고한 태도와 미국의 소극적 자세로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분석했다. 미리 에이신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신문에서 “그런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이날 블레어 총리와의 대화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시리아로 하여금 헤즈볼라를 막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곧 이 지역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공격을 중단하려면 세 가지 요구가 먼저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가 납치한 병사 2명의 석방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중지 △헤즈볼라가 장악한 국경지역에 레바논 군대 배치 등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비비시>(BBC)는 헤즈볼라가 이런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올메르트 총리의 이런 발언은 헤즈볼라 무력화라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모세 카플란스키 장군은 “헤즈볼라의 장거리 로켓 30%를 파괴했다”며 “공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지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외교적 과정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단축시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에이피>에 밝혔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