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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뿔 사냥 피하려 ‘코 자른’ 코뿔소…자존감도 싹둑? 활동범위 위축

등록 2023-06-13 15:38수정 2023-06-14 00:49

밀렵 방지 위해 수의사들이 미리 뿔 잘라내
활동범위 평균 45.5% 줄고, 관계맺기도 위축
소등쪼기새가 시력이 매우 약한 검은코뿔소에게 밀렵꾼의 접근을 경고하는 보초병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아프리카 롤로웨 임폴로지 공원의 검은코뿔소. 데일 모리스 제공.
소등쪼기새가 시력이 매우 약한 검은코뿔소에게 밀렵꾼의 접근을 경고하는 보초병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아프리카 롤로웨 임폴로지 공원의 검은코뿔소. 데일 모리스 제공.

밀렵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뿔이 잘린 코뿔소는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뇌샤텔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바네사 두테 등은 12일(현지시각)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런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통상 아프리카의 검은 코뿔소는 사촌 뻘쯤 되는 흰 코뿔소보다 훨씬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하면 사람이든 차량이든 가리지 않고 곧바로 돌진해 공격하기 일쑤다. 이때 코뿔소가 앞세우는 무기는 바로 얼굴에 나 있는 커다란 뿔이다.

그러나 바로 이 큰 뿔은 코뿔소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코뿔소 뿔이 동남아시아 암시장 등에서 비싼 값에 팔려나가기 때문에, 뿔을 노린 밀렵꾼들에 의해 수난을 당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남아프리카의 보호구역에서는 최근 십여년 전부터 코뿔소 보호를 위해 뿔을 미리 잘라내고 있다.

뿔 제거는 코뿔소의 고통 없이 진행된다. 수의사가 진정제를 놓고 눈과 귀를 가려주면, 쇠톱으로 뿔을 자른다. 전 과정이 20분이면 끝난다. 잘라내는 부분은 신경이 없는 곳이어서, 코뿔소는 아무 감각도 느끼지 못한다. 코뿔소 뿔은 사람의 손톱처럼 다시 자라기 때문에, 통상 1년 반에 한 차례씩 잘라준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뿔 제거가 검은 코뿔소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게 밝혀졌다. 뿔이 잘려나간 코뿔소의 활동범위는 평균 45.5%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뿔소 개체 간 편차가 있어서, 예컨대 함바 응잘로란 이름의 수컷은 자신의 영역 20%를 잃었다. 반면 소사란 수컷은 영역 82%를 포기했다. 또 다른 코뿔소와 어울리는 등 사회적 관계 맺기도 평균 37% 줄어들었다.

바네사 두테 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남아프리카의 보호구역 10곳에 서식하는 검은 코뿔소 368마리의 움직임을 15년 동안 추적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 대상이 된 검은 코뿔소 중에 2013년 이전에 뿔이 잘린 코뿔소는 한 마리도 없었지만, 2020년엔 63%가 뿔이 잘렸다.

코뿔소 밀렵은 2015년 아프리카에서 1349마리가 희생된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검은 코뿔소와 흰 코뿔소를 합해 살아있는 코뿔소는 2만2100마리 정도이며, 이 중 검은 코뿔소는 5500~6000마리가 남아 있다. 밀렵의 감소 추세는 코뿔소 코 잘라내기 관행이 늘어나는 시기와 겹치지만, 실제 밀렵의 감소에는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풀이가 많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두테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밀렵된 코뿔소가 548마리에 이른다며 아직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의 스텔렌보쉬 대학의 마이클 차스-롤프스는 코뿔소 코 자르기가 이상적인 보호 수단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절실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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