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강행하는 사법개혁에 반기를 들었다가 26일(현지시각) 해임됐다.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법개편안에 반기를 든 국방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시민들은 반발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6일(현지시각) 짤막한 성명을 내어 “네타냐후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곧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모두 거부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리쿠드당 소속 의원인 갈란트 장관은 전날 사법개편으로 인해 “사회의 분열이 군 내부까지 퍼졌다“며 “주요 변화는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입법 절차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갈란트 장관이 반기를 든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 경질한 것은, 자칫 머뭇거리면 여권 내 반대 목소리가 퍼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지난 1월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편안을 내놓은 뒤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갈란트 장관을 사무실로 불러 “더는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 그래서 해임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지휘관 출신인 갈란트 장관은 해임 직후 소셜미디어로 “이스라엘 나라의 안보는 항상 내 일생의 임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날 밤 이스라엘 곳곳에선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선 주요 간선도로가 시위대가 들고나온 이스라엘 국기와 모닥불로 뒤덮여 통행이 중단됐다. 베르셰바와 하이파에서도 시민 몇천명이 거리로 나와 갈란트 장관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예루살렘에서도 수천명의 시민이 네타냐후 총리의 사저 앞에 모여 항의했다. 경찰이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제해산에 나서며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이번 해임에 대해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모든 국방 관계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연립정부 내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치안장관(국가안보장관)은 “국민은 개혁을 원한다“며 “군내 개혁 반대론자들에게 굴복하는 사람은 한시라도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다”고 이번 결정을 반겼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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