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크리스티안 아만포어 <시엔엔> 기자. AFP 연합뉴스
이란 대통령이 미국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여기자에게 헤드 스카프 착용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란 국내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문제가 큰 이슈가 된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시엔엔>의 국제문제 전문기자인 크리티안 아만푸어가 22일 자사 방송에 출연해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는 전날 뉴욕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이었다.
이란계 미국인인 아만푸어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이란 쪽에서는 라이시 대통령의 요구라며 “인터뷰 중 머리에 헤드스카프를 써달라”고 요구해왔다. 당시 이란 쪽은 스카프 착용이 “존중의 문제”라며 거부할 경우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만푸어는 이란 쪽에서 “이란에서의 상황”도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아만푸어가 이를 거절하자 라이시 대통령은 끝내 인터뷰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아만푸어는 이란에서 활동할 때 현지 법률과 관습에 따라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론인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이란 바깥 지역에서 이란 관료와 인터뷰를 할 때는 머리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뉴욕이나 이란 이외의 곳에서 나는 어떤 이란 대통령으로부터도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여기는 뉴욕이다. 해드스카프와 관련한 법률이나 전통이 없다”고 적었다.
이란에서는 22살 젊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며칠째 전국에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져 10명 가까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이 이런 민감한 시기에 머리를 가리지 않은 여기자와 마주 앉아 있는 장면이 방송되는 것을 꺼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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