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어플리케이션 화면.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에게 또 한 번 중형을 선고했다. 앞서 트위터에서 여성 권리를 주장한 사용자에게 중형을 선고한 데 이어 비슷한 판결이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1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특별 형사법정은 트위터를 이용한 여성 노우라 빈트 사이드 알-카흐타니에 반테러리즘법과 사이버범죄법에 따라 45년형을 선고했다.
기소장에는 이번 판결이 그의 에스엔에스 사용과 관련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알카흐타니가 “사회의 유대를 파괴하고 사회 구조를 불안정하게 했다”며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의 질서를 해쳤다”고 적혀있다. 알카흐타니가 트위터에서 어떤 내용을 썼는지나 판결 이전에 알카흐타니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디는 지난달 17일에도 트위터에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살마 알셰하브(34)에게 34년형을 선고했다. 알셰하브는 트위터에서 사우디의 개혁을 요구하고 복역 중인 활동가와 성직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을 쓰거나 재트윗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7월 15일 사우디 제다의 알 살람 궁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잇따라 유사한 판결이 나오면서 인권단체 등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의 압둘라 알라우드 지역국장은 “알셰하브에 대한 34년형 선고가 나온 지 몇 주 만에 자신의 의견을 트윗했다는 이유로 알카흐타니에게 45년형을 내린 것은 사우디 당국이 시민들의 온건한 비판도 처벌하고 싶어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사우디의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국제 외교 무대 활동 움직임이 활발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2018년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 탓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해 그와 만나 원유 증산을 요청했다. 이후 빈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 국가를 방문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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