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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틱톡 ‘바나나 챌린지’ 참가 시리아 난민들, 터키서 추방 위기

등록 2021-10-31 17:55수정 2021-10-31 18:09

“시리아인들 바나나 킬로로 사먹는다”
길거리 시비 동영상에 ‘바나나 챌린지’
당국 “터키인들 모욕해” 추방 절차
경제난 심화에 시리아 난민들 희생양
시리아 난민들이 동영상으로 올린 ‘바나나 챌린지’ 장면들.
시리아 난민들이 동영상으로 올린 ‘바나나 챌린지’ 장면들.
이웃 시리아에서 쇄도한 난민들에 대한 반감이 커진 터키에서 바나나를 먹는 동영상으로 터키인들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난민들이 추방 위기에 몰렸다.

<알자지라> 방송은 터키 정부가 바나나를 먹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틱톡에 올린 것과 관련해 30일 서부 도시 이즈미르에서 시리아 난민 8명을 억류하고 추방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터키 이민 당국은 같은 이유로 시리아 난민 7명에 대한 추방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바나나를 먹었다는 이유로 난민을 추방하는 괴상한 상황은 이달 17일 길거리 시비 장면을 담은 온라인 뉴스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진 게 발단이 됐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촬영된 동영상에는 터키인들이 시리아인 여학생을 붙잡고 난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 중년 남성은 이 학생한테 “넌 편하게 사네. 난 바나나를 못 먹는데 너희들은 킬로(그램) 단위로 사지 않냐”며 비난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 정부 보조금 덕에 잘산다는 뜬소문에 기반한 말다툼이었다. 다른 터키 여성은 시리아인들은 내전에서는 안 싸우고 시리아 종교 축제에 참가하려고 왔다갔다한다고 비난했다.

이 동영상이 널리 퍼져 화제가 되자 황당해진 시리아 난민들은 바나나를 먹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는 ‘바나나 챌린지’로 상황을 희화화했다. 문제의 동영상 대화 내용이 배경으로 나오는 가운데 젊은 난민들이 바나나를 우걱우걱 먹는 장면 등이었다.

‘바나나 챌린지’는 곧 역풍을 만났다. 터키 당국이 자국인들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바나나 챌린지’ 동영상 관련자 색출에 나선 것이다. 터키 이민국은 지난 20일 “이런 도발적인 포스트들에 대한 적발에 나섰다”며 “이를 만든 모든 사람들에 대해 적절한 사법적, 행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시 경찰도 “증오 조장”과 “터키인들에 대한 모독”을 이유로 시리아인 11명을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 이민 당국은 이들을 추방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나라로 보낼지는 밝히지 않았다. 난민에 관한 국제법 원칙은 박해를 피해 망명한 이들을 해당국으로 되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각국에는 범죄를 저지르면 난민 지위를 박탈한다는 법률도 있지만, 이번 경우 추방 근거가 되는 범죄행위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1년째 이어진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 600만명이 발생했고, 터키는 이 중 360만명을 일시적 보호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알자지라>는 내전 초기에는 터키인들이 사지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환영하는 편이었지만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 등 경제 상황 악화 속에 난민들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 전했다. 유엔 보고서는 터키인들의 80% 이상이 정부 보조금으로 시리아 난만들이 호의호식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시리아 난민들 중 월 12달러(약 1만4천원)의 보조금이나마 받는 이들이 절반도 안 된다고 터키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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