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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총선 투표율 30%…‘제2의 아프간’ 될라

등록 2021-10-11 08:50수정 2021-10-11 09:29

중산층·젊은층 대대적 기권…25~30% 예상
이라크 정치 세력·제도에 극도의 불신
10일 총선이 실시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한 투표소에서 유럽연합의 선거참관단들이 개표를 진행하는 선관위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뉴스
10일 총선이 실시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한 투표소에서 유럽연합의 선거참관단들이 개표를 진행하는 선관위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뉴스
10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의 투표율이 30% 안팎에 머무를 전망이다. 선거와 정치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극도의 불만과 불신이 대대적인 기권 사태로 나타난 모양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현지시각)를 앞두고 투표율이 30%를 겨우 넘길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투표 마감 직후 투표율이 25%에 불과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은 2019년 부패와 실업 등에 항의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이어진 여파로 애초 일정보다 6개월 앞당겨 실시됐다. 당시 시위 사태로 적어도 600여명의 시민들이 군경의 과잉 진압에 의해 사망했다. 그런데도 투표율이 극히 낮은 것은 중산층과 젊은층들이 대거 기권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2019년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가들 대부분은 망명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 역시 상당수가 암살을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이라크인들이 ‘민생을 파탄 낸 현 정치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상유지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시민사회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총선 결과 시아파 정당들이 다시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에선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뒤 다수 인구인 시아파에 바탕을 둔 시아파 정당들이 지난 다섯번의 총선에서 모두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이라크에서 총리는 시아파, 대통령은 쿠르드족, 의회 의장은 수니파가 맡는 권력분립제가 운영되고 있다. 현 총리인 무스타파 알-카디미도 연임이 유력하나, 정부 구성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비 닷지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가디언>에 “이번 선거는 전국적인 항위 시위 때문에 실시됐지만, 선거 기간 동안 그 항의운동을 조직한 사람들에 대한 암살이 횡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정부는 이라크가 직면한 정치적, 경제적인 고질적 문제에 대한 답도 없고, 정통성도 없다”며 “만약 국제 사회가 이 선거를 성공이라고 본다면, 선거운동 기간 동안의 폭력 사태 및 기권에 나선 젊은층을 무시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라크는 2003년 미군 침공으로 붕괴된 후세인 정권 이후 미국이 주도한 정치 및 선거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국정운영 마비 상태에 시달려왔다. 2018년 총선에서도 투표율은 44.5%였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투표율은 계속 낮아져 왔다.

이라크의 정치 및 선거제도에 대한 중산층과 젊은층의 불만은 장기적으로 이라크의 미래와 미군 주둔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철군한 뒤에도 이라크에서는 현 수준의 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아프간 철군을 확인하면서 이라크에서도 연내까지 미군의 전투임무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500명 수준의 미군은 계속 이라크에 주둔한다고 덧붙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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