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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탈레반, “권리 보장” 시위 나선 여성들 최루탄으로 ‘폭력 진압’

등록 2021-09-05 15:11수정 2021-09-06 02:34

수도 카불에서 이틀 연속 시위
여성들의 교육, 일자리 권리 요구
경고사격·최루가스 폭력 진압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3일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의 새 정부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3일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의 새 정부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남성들과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며 용감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탈레반이 경고사격, 구타, 최루가스로 폭력 진압에 나서면서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4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 근처에서 여성 수십명이 확성기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여성 권리를 크게 억압한 탈레반 정권이 몰락(2001년)한 뒤 성장기를 보낸 20대가 대부분이었다. 카불에서는 전날에도 여성 수십명이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현지 언론 <톨로 뉴스>의 영상과 참가자들이 외신에 전한 내용을 보면,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의 모토는 자유”라고 쓴 손 팻말을 들고 여성들의 일할 권리와 새 정부 참여를 요구했다. 이들은 행진 시작 전 국방부 청사 앞에 탈레반과 싸우다 전사한 정부군을 추모하는 화환을 놓았다. 한 참가자는 “우리는 아프간에서 인권을 얻으려고 이 자리에 왔다”며 “난 나의 조국을 사랑하며,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겠다”고 했다.

시위대는 재무부 청사 근처에서 탈레반 대원들에게 둘러싸였다. 몇몇 탈레반 관리들은 함성을 지르는 이들에게 접근해 요구 사항을 물었다. 메가폰을 잡은 한 남성은 “당신들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수다바 카비리(24)라는 대학생은 탈레반 관리에게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는 여성들에게 권리를 줬다며, 자신들은 그것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대통령궁에 접근하면서 폭력 진압이 시작됐다. 탈레반 쪽은 페퍼 스프레이와 최루가스를 뿌렸다. 한 여성은 “왜 때리냐”고 소리질렀다. 한 시위 참가자는 <뉴욕 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탈레반이 최루가스, 소총 개머리판, 쇠막대기를 이용해 약 100명의 참가자를 해산시켰다며 “저항하며 행진을 계속하려 하자, 탈레반 대원이 나를 밀치고 날카로운 금속 장비로 때렸다. 탈레반은 계속 우리를 저주하고 모욕했다”고 했다. 그는 금속 장비에 맞아 한때 의식을 잃고, 머리가 찢어져 다섯 바늘을 꿰맸다고 했다. 아프간 정부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동료들과 함께 정부 사무소 근처로 가려는데 탈레반이 여성들을 전기충격기와 최루가스로 공격했다. 탄창으로 머리를 때려 피가 흐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특수부대원들은 대통령궁 앞에서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고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서슬 퍼런 탈레반에 맞서는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이 집단이 1996~2001년 ‘1기 집권’ 때처럼 여성들의 취업과 학업을 금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일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도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갑자기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탈레반 관리들을 만나 설명을 요구했다.

여성들 권리 문제에 대한 새 탈레반 정권의 메시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탈레반은 ‘1차 집권’ 때보다 포용적인 정부 구성과 관용적인 이슬람 통치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달 말, 정부에서 일한 여성들은 사무실과 거리에서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복지부 여성 공무원들은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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