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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공항은 목숨건 ‘아프간 탈출’…국경은 “전쟁 끝” 귀국 행렬

등록 2021-08-26 14:20수정 2021-08-27 02:44

부르카를 입은 아프간 여성들이 25일 카불시내 가게에서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부르카를 입은 아프간 여성들이 25일 카불시내 가게에서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카불 국제공항에 아프간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거꾸로 아프간 난민 중에는 “전쟁이 끝났다”며 귀환을 서두르는 이들도 있다.

파키스탄 국경 마을에는 침구류와 옷, 양탄자, 심지어 염소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국경을 넘어 아프간으로 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고 <아에프페>(AFP)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년 동안 지속한 전쟁을 피해 파키스탄으로 왔던 아프간 난민들로, 이제 탈레반의 승리로 내전이 끝나고 고국에 평화가 찾아왔다며 고향 땅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파키스탄 국경도시 차만에서 만난 몰라비 샤이브는 “우리는 폭격과 온갖 어려움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이곳으로 왔다. 이제 상황이 정상화하고 있으니 아프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남서 산악지역에 위치한 국경도시 차만은 가시 철망을 둘러친 약 3m 깊이의 도랑을 사이에 두고 아프간의 스핀 볼다크와 접해 있다. 탈레반의 진격을 피해 이곳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파키스탄은 이곳의 통행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귀향 행렬에 합류한 아프간 난민 무하마드 나비는 “사람들이 아프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통행이 금지돼 못가고 있다”며 “파키스탄 정부에 우리가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40여년 전 옛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부터 200만명 남짓한 아프간 난민을 수용했다. 그러나 이들 난민은 현지인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취업과 의료, 교육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귀국을 위해 국경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아프간 난민의 어떤 트럭에는, 한 10대 소년이 양동이, 침대, 자전거 등 가득한 생활도구 사이에서 아기를 안고 있고, 그 옆에는 다른 소년이 앉아 있었으며, 그들 사이를 흰 염소가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알리 우르 라흐만은 “아프간 가니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제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 돌아가 정착하면 여기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귀향 분위기는 최근 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카불 국제공항에 아프간 탈출행 항공기를 타려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큰 대조를 이룬다.

아프간 탈출을 희망하며 공항에 몰려든 이들은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 정부나 미군 등 외국군을 위해 일한 경력을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귀향을 꿈꾸는 이들은 이제 아프간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고 강조한다. 무하마드 나비는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이제 평화가 찾아왔으니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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