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MD 요격 모의실험 적 미사일 알래스카에 ‘꽝’
10여년새 100조원 투입…전문가들 “완성 미지수” 비판
10여년새 100조원 투입…전문가들 “완성 미지수” 비판
“가상적국 ‘미들랜드’에서 중·장거리 핵미사일들이 발사됐다. 곧 한국과 일본, 미국에 있는 요격미사일들이 적의 핵미사일들을 격추시키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러나 요격미사일 9개 중 하나가 발사되지 않았다. 핵탄두를 실은 적의 미사일은 미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에 떨어졌다.”
미 국방부의 미사일방어청(MDA)이 24일 실시한 모의 미사일 요격실험은 이렇게 끝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통신은 군사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런 결과는 미사일 방어계획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미사일방어(MD) 계획은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말까지 요격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갔어야 했다. 애초 계획은 알래스카의 그릴리 기지에 16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8기를 배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알래스카엔 8기, 캘리포니아엔 단 2기의 요격미사일이 배치됐을 뿐이다. 이 정도 숫자론 완벽한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 게 불가능하다.
더욱 큰 문제는 미사일 요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방부 스스로가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2004년 12월과 지난해 2월 두차례나 잇따라 미사일 요격실험이 실패한 뒤,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너무 서두르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실제상황에서 요격 미사일이 제대로 적 미사일을 격추하려면, 군사위성과 육지·해상의 레이다시설, 지휘센터 등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국방부는 지난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실험자료를 보면 미사일방어 체제가 고유의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제한적 방어능력에 완전한 확신을 가질 만한 증거는 아직 불충분하다”고 인정했다.
미사일방어 계획을 총괄하는 미사일방어청은 실제 가동을 위한 준비를 계속 해나가고 있다. 지난 10일엔 하와이에 탄도탄추적용 해상 X밴드 레이더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릭 레너 미사일방어청 대변인은 “(전체적인 방어) 체제가 언제 완료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가동이 늦어지면서 부시 행정부의 발목을 잡는 건 예산이다. 미사일방어 체제의 연구·개발에 1983년 이후 1천억달러(약 100조원)가 들어갔다. 지난 한해에만도 88억달러(약 9조원)를 여기에 썼다. 올해도 비슷한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이자, “현실성 없는 일에 엄청난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직 국방부 미사일실험팀장인 필립 코일은 <에이피(AP)통신>과 인터뷰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모의실험에서도 실패하는데, 갑작스런 실제 공격상황에서 요격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시속 2만4천㎞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건, 골프에서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홀을 겨냥해 홀인원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주 중 의회를 방문해 의원들에게 모의 요격실험을 보여줄 계획이다. 2007 회계년도 예산편성 때 예산을 따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부시 행정부의 군사분야 최대 역점사업이 지금은 예산확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미 국방부는 이번주 중 의회를 방문해 의원들에게 모의 요격실험을 보여줄 계획이다. 2007 회계년도 예산편성 때 예산을 따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부시 행정부의 군사분야 최대 역점사업이 지금은 예산확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악전고투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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