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둔 캐나다군이 공식 트위터에 동성애 군인들이 입맞춤하고 있는 사진에 백인우월주의 ‘극우 집단 프라우드 보이즈’ 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렸다. 미 주둔 캐나다군 트위터 갈무리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들이 온라인에 ‘프라우드 보이즈’의 태그를 달아 게이 커플들이 키스하는 모습 등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같은 이름을 지닌 백인우월주의 극우 집단이 온라인에 올리고 있는 혐오 게시물을 몰아내기 위해서다.
지난주 온라인에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된 이래 5일(현지시각)까지 트위터에 ‘#프라우드 보이즈(ProudBoys)’란 말이 8만8천건 이상 올라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배우와 예술가들은 물론 캐나다군까지 이 태그를 달아 게이 커플의 사진을 올리며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극우 집단 프라우드 보이즈의 온라인 퇴출을 위한 태그 달기 운동에 동조하고 나서며 화제가 되자, 급기야 프라우드 보이즈가 ‘우리는 동성애 단체가 아니다’라는 해명에까지 나섰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프라우드 보이즈의 온라인 퇴출을 위한 태그가 집중적으로 올라온 건 지난 1일부터다. 영화 <스타트렉>에서 히카루 술루 역을 맡았던 일본계 배우 조지 타케이가 자신의 트위터에 “게이 친구들”을 향해 “프라우드 보이즈를 태그 달아 서로 애정행각을 하는 모습 등 매우 게이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자고 제안한 게 불을 댕겼다. 타케이는 2005년 커밍아웃 후 동성 배우자와 결혼한 뒤 성 소수자 평등권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아울러 그는 “방탄소년단(BTS)이나 틱톡 키즈들이 성 소수자들을 도와 (태그 달기를) 함께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케이팝 팬들과 10대들이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케이팝 스타들의 영상 등을 올리며 ‘#흑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 태그로 지지를 표명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프라우드 보이즈 태그 달기에는 넷 플릭스의 쇼 ‘퀴어 아이’의 진행자 바비 버크는 물론, 미국 주둔 캐나다군 공식 트위터도 동참했다. 특히 군복을 입은 남성 동성애자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을 담은 캐나다군 트위터 게시물은 2만7천건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 이런 게시물이 넘쳐나자, 프라우드 보이즈 쪽이 ‘우리는 동성애 단체가 아니다’란 해명에까지 나섰다. 엔리케 타리오 프라우드 보이즈 의장은 미국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정말 웃기는 일이다. 이런 건 우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는 동성애자들이 아니며, 누가 누구와 자는 지엔 관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해시태그 달기를 통해) 우리 지지자들을 떨어뜨리고, 우리를 입 다물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2016년 극우 성향을 지닌 개빈 매키니스가 만든 단체로, 처음엔 무슬림, 유대인, 페미니즘 반대를 표방했고, 남성 및 백인 우월주의를 더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극단주의 단체로 주시하고 있으며,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좌파 단체들과 폭력 충돌을 일으키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열린 미국 대선후보 첫 티브이(TV)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라우드 보이즈! 뒤로 물러서서 대기하라”라고 발언하자, 프라우드 보이즈는 이를 도리어 언제든 행동할 준비를 하라는 ‘진군’ 명령으로 받아들이며 환호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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