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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존재감 미미한 2인자?…미 ‘부통령’은 어떤 자리?

등록 2020-08-12 18:48수정 2020-08-13 02:31

제럴딘 페라로·세라 페일린 이어
해리스, 역대 3번째 여성 후보에

대통령 유고시 ‘승계 1순위’
상원의장·국가자문의장 겸임
‘워터 게이트 사건’ 닉슨 사임 뒤
첫 비선출 대통령-부통령 사례도
1984년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제럴딘 페라로. <한겨레> 자료사진
1984년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제럴딘 페라로. <한겨레> 자료사진
“나의 (부통령) 후보 출마는 차별이 오래가지 못할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 여성들은 결코 다시는 2등 시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말은, 1984년 11월6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제럴딘 페라로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조지 H. W. 부시 후보에게 패배했음을 인정하는 연설에서 한 말이다. 페라로 이후 36년 만인 11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이 민주당에서 두번째로, 미 역사를 통틀어서는 세번째로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페라로 이후 2008년 공화당이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출했지만, 그 역시 백악관 입성에는 실패했다. 이제 관심은, 실제로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미국 언론이 ‘최초 흑인 여성’이라는 상징에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 부통령은 실질적인 역할보다는 대통령을 보완·보조해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각종 국가자문회의 의장과 상원의장을 겸임하지만 평상시 존재감이 부각될 일이 별로 없다. 상원 의결 시 찬반 동수일 때만 투표권이 주어져 그런 역할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조지 클린턴 부통령과 엘브리지 게리 부통령의 사망, 존 캘훈 부통령의 사임 이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씩이나 부통령 자리를 비워둘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임기 도중 사망하거나 면직, 사직 또는 직무수행이 어려울 때 대통령 자리 승계 1순위라는 점에서 부통령이란 자리를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다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조 바이든의 사례가 보여주듯, 부통령은 ‘차기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한겨레> 자료사진
2008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한겨레> 자료사진
미 상원 누리집의 부통령 관련 설명을 보면, 존 애덤스(1789∼1797년)를 시작으로 마이크 펜스(2017~현재)까지 미국에는 지금까지 48명의 부통령이 있었다. 현재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하도록 돼 있지만, 1804년 헌법 개정 전까지만 해도 둘을 따로 뽑지 않았다. 1800년 대선에서 토머스 제퍼슨과 같은 표를 얻었던 에런 버가 하원 표결을 거쳐 부통령이 된 게 한 예다.

특이하게도 2명의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이들도 있다. 조지 클린턴은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과 함께 일했고, 존 캘훈은 존 퀸시 애덤스, 앤드루 잭슨의 부통령을 역임했다.

대통령의 사망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거나 부통령을 지낸 뒤 선거로 대통령에 오른 부통령은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 마틴 밴 뷰런, 존 타일러, 밀러드 필모어, 앤드루 존슨, 체스터 아서, 시어도어 루스벨트, 캘빈 쿨리지, 해리 트루먼,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조지 H. W. 부시 등 14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1973년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의 사임으로 부통령에 지명됐던 제럴드 포드는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함으로써 대통령직을 승계한 경우다. 포드를 대신해 넬슨 록펠러가 부통령에 오르며, 미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부통령 정부가 들어선 적도 있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잠깐’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들도 있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초기 암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부통령이 8일 동안 권한대행을 맡았던 게 한 예다. 아들 부시도 대통령 취임 뒤 2002년과 2007년 두차례 대장내시경 검사차 딕 체니 부통령에게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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