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주요 해외 채권단과 650억달러(약 78조원)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에 합의했다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정부가 4일(현지시각) 해외 채권단과 650억달러(약 78조원)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부채 삭감 협상이 8개월 만에 타결돼, 아르헨티나는 9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하게 됐다.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주요 채권단들과 지난달 6일 채권단에 제출한 최종 조정안에 적시한 신채권 결제일을 일부 수정하는 조건으로 기존 외채 조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 내용이 정식 공개되진 않았으나, 아르헨티나 정부가 채권자 중 영향력이 큰 애드혹 그룹과 익스체인지 채권자그룹, 아르헨티나채권자위원회 등 3곳과 기존 외채 1달러당 54.8센트를 돌려주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은 보도했다. 원래 갚아야 할 금액보다 50% 가까이 줄여, 362억8000만달러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오늘 오전 합의로 아르헨티나 채무가 상당 부분 경감됐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공공부문이 질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15개 채권단이 정부안을 공식 수용할 수 있도록 4일까지였던 합의 시한을 24일까지로 추가 연장했다.
이번 합의 내용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초 조정안에 내세웠던 달러당 39센트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채권단 입장에선 상당한 손실을 감수한 것이다. 애드혹 그룹을 이끌고 있는 블랙록 산하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그레이엄 스톡 선임 전략가는 이와 관련 “양측이 양보해야만 했다”고 평가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페소 가치 폭락 등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와중에 코로나19 확산 사태까지 겹친 상황 등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오는 24일 채권단 합의가 최종 이뤄지면 아르헨티나는 2018년 외환위기 당시 440억달러를 지원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채무 구조조정 협상에 나서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강도 높은 긴축을 피하기 위해 2021~2023년인 채무상환 만기를 늦추기를 원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