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웃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6주 전,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선거자금 모금 계정에서 ‘이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했다. 온라인 후원금치고는 큰 액수인 1200달러짜리 기부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엔 20건, 그 다음엔 40건, 그리고 80건씩 이어졌다. 톰 페레즈 전국위 위원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직원들에게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이 통 큰 기부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치 않는 시민들이 지난달 정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수표를 통째로 보낸 것이었다.
이런 시민들의 지원에 힘입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거자금 모금액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질렀다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는 5월까지 8080만달러(971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아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액 7400만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6월 종료를 일주일 가량 남겨둔 이날까지 이미 지난달 모금 총액인 3440만달러를 넘겨, 6월까지 목표액인 1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캠프 관계자의 얘기다.
특히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바이든 지지 행사에 나서면서 선거자금 모금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오바마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모금 행사에서 “여러분이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나 했든,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연설하며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바이든은 이날 17만5천여명의 풀뿌리 후원자들로부터 760만달러를 모금하는 등 이날 하루만 1100만달러를 모으는 대성공을 거뒀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번 모금액을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교회에서 열린 보수 학생단체와의 만남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바이든 캠프로 선거자금이 몰리고 있는 데는 반트럼프 정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작용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최근 이런 분위기 속에, 바이든은 전국 여론조사는 물론 6개 경합주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0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재개했던 유세가 흥행 참패로 끝난 이후, 트럼프는 대규모 유세를 이어가며 지지층 마음에 불을 지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이날도 미-멕시코 국경장벽 완공 기념식이 열린 애리조나 샌 루이스를 방문한 데 이어, 피닉스에서 보수 학생단체를 만나 “바이든은 완전히 급진좌파에 휘둘리고 있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국경 개방이다, 그들은 범죄 은신처를 원한다, 그들은 작동하지 않는 모든 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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