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잭슨 메모리얼 병원에서 22일(현지시각)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병원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217명까지 늘어났다. 마이애미/EPA 연합뉴스
“아직 1차 확산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지금 2차 확산을 얘기하는 건 사치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의 의학전문기자 산제이 굽타는 22일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변동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7일 이동평균선)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의 확진자 수 변동 그래프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아래로 꺾여 옆으로 평평하게 누운 모습이다. 반면 미국의 그래프는 정점에서 살짝 빠져 주춤주춤 횡보하다가 다시 위쪽으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시엔엔>은 이날 “강력한 확산 통제 노력에 힘입어 확진자 수의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코로나19 통제에 구조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도리어 절반에 가까운 23개 주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하며,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232만2302명(미 존스홉킨스대)으로 늘어났다. 특히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등 10개 주에선 하루 신규 확진자 수 기록을 갈아치우며 무서운 기세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선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18만3554명) 가운데 35%가량이 지난 2주 사이에 집중 발생했고, 플로리다에선 지난 20일 하루에만 무려 4049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날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2차 확산은 없다”는 백악관의 자신만만한 태도도 무색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말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에 참석했던 선거캠프 직원 2명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되는 등 캠프 관계자 8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23일 트럼프의 방문이 예정된 애리조나의 경우,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2412명을 기록했다. 그 전 7일간보다 94%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서부 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앙지가 되리라 우려한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확산 속도가) 느려질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산불과 같아, 태울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불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택대피령 해제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 속에 마스크 착용을 두고도 여전히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에선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 5월 마지막주 월요일) 연휴를 기점으로, 각종 파티와 모임 등에 참석했던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 등 전문가들은 젊은층을 통해 노인 등 고위험군으로 코로나19가 옮아가며, 사망자 수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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