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나바로 정책국장은 21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을 폭로하고 있는 데 대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21일(현지시각)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볼턴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과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을 폭로하고 있는 데 따른 경고다.
나바로는 이날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존 볼턴이 고도의 기밀 정보를 아주 방대한 책 전체에 걸쳐 흩뿌려놨다”며 “그는 책에서 나온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험에도 처했다”고 밝혔다. “볼턴이 미국 국가안보 측면에서 대단히, 대단히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지난 18일 볼턴의 폭로를 돈을 목적으로 한 ‘리벤지 포르노’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날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은 백악관이 제기한 출판금지 소송을 기각했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회고록 주요 내용이 상당수 공개된 만큼, 출판금지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볼턴이 누설금지 의무를 위반해 기밀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볼턴이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 몰수와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도 볼턴의 회고록을 두고 “기회주의적인 행태”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엔엔> 평론가 엘리 호니그는 “의회와 국가가 탄핵 과정에서 입을 열어달라고 간청할 때 침묵을 지키며 숨었던 그가 이제 회고록 홍보 모드에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이 책의 중대 결점 중 하나는 자기비판이 완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거의 모든 정책결정에 대해 볼턴은 자신이 맞았고, 자기 얘기를 들어야 했으며, 안 될 줄 알았고 자신은 죄가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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