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뉴욕 타임스>가 24일치 1면에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1%에 해당하는 1천명의 부고를 실었다. 뉴욕타임스 트위터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회계감사관’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
미국 <뉴욕 타임스>는 24일 1면 전체를 코로나19로 숨진 이들 1천명의 이름으로 채웠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자, 이 수치의 1%에 해당하는 1천명의 궂긴 소식으로 채운 것이다.
‘미국 사망자 10만명,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기사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살던 57살 패트리샤 다우드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미국 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로 알려진 그의 이름 앞엔 ‘실리콘밸리의 회계감사관’이었다는 짧은 설명이 붙었다.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사망자 매리언 크루거(85)는 기사 속에서 “웃음 많은 증조할머니”로, 플로리다주 리카운티의 저메인 페로(77)는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로 기사 속에서 기억됐다. <뉴욕 타임스>는 “이들은 단지 명단 속의 이름이 아니다, 이들은 바로 우리”라는 부제를 통해 1면 전체를 궂긴 소식으로 채운 이유를 설명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자는 취지다. 시몬 랜던 그래픽 담당 부국장은 “사망자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독자와 내부 구성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며 “사망자들의 이름을 실음으로써 개인의 비극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9만708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극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정점을 찍었다며 경제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날엔 백악관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위치한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 가서 약 3시간 반 동안 골프를 치기도 했다. 3월8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 간 뒤 76일 만에 골프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일행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자택대피령을 완화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날에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예배당과 교회, 유대교 회당, 모스크를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확인한다”며 주지사들을 향해 “지금 당장 문을 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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