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모습. 호텔 누리집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호텔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을 피해가진 못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연방조달청에 임대료 지급 계약 조건을 변경해달라며 구제 요청을 했다고 21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투자개발회사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가에 위치한 연방정부 소유 건물을 임차(60년 계약)해 2016년부터 263개의 객실을 갖춘 고급호텔을 운영해왔다. 이 건물의 한달 임대료는 26만8천달러(3억3천여만원)다. 호텔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뉴욕 타임스>에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쪽에서 연방조달청에 임대료 변경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또 이 호텔 사업을 위해 도이체방크에서 3억달러 이상을 대출했는데, 최근 은행 쪽과 차입금 지급 연기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도 신문은 전했다.
비단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 있는 트럼프 소유 호텔 다수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시엔엔>(CNN) 방송을 보면 ‘겨울 백악관’으로도 불리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 뉴욕, 시카고 등 미국 내 호텔 7곳이 영업을 중단하게 되면서 2천명가량이 집단으로 무급휴직 통보를 받았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구제 요청은 코로나19로 경영난에 처한 전국의 호텔, 식당 등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를 대신해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큰아들 에릭 트럼프 역시 “우리를 (다른 연방정부 건물 임차인과) 똑같이 대해달라는 것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요구가 연방조달청과 도이체방크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청을 거절하자니 대통령 눈치가 보이고, 수용하자니 비판 여론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 상원은 이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병원 지원 등을 위해 4840억달러(약 597조원) 규모의 추가 예산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23일 하원에서 추가 논의 후 처리될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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