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명 햄버거 체인 셰이크섁 매장 앞에 20일 ‘영업중’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셰이크섁은 최근 소상공인의 고용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1천만달러를 무담보 대출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되자,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미국 내 소상공인들의 고용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의 혜택 상당 부분을 대형 식당 체인과 호텔, 상장법인 등이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위기 앞에서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 여념 없는 대형 업체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며,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1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쥐고 있는 유명 햄버거 체인 셰이크섁과 샌드위치 체인 ‘폿벨리’, ‘타코 카바나’를 소유한 피에스타 레스토랑그룹 등 대형 업체들이 급여보호프로그램을 통해 각각 1천만달러의 긴급대출을 챙긴 것으로 밝혀지며,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업체까지 대출에 가세해, 지난 3일 제도 시행된 지 2주도 안 돼 자금이 조기에 고갈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소규모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급여보호프로그램은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슈퍼부양책’에 포함된 3490억달러(약 430조원) 규모의 프로그램으로, 직원 500명 이하 소상공인들의 고용 유지 등을 돕기 위해 직원급여나 임대료, 수도·전기세 비용으로 2년간 최대 1000만달러의 무담보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입법 과정에서 대형 업체들이 로비에 나서, 직원 500명 이하란 문구 앞에 ‘매장 1개당’이란 문구를 추가하면서, 직원 수가 8천명이 넘는 셰이크섁 같은 대형 체인점 등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청(SBA)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출 대상 기업 2%에 전체 대출 금액의 30%가 쏠렸다. 미국 뉴욕에서 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대니 에이브럼스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큰놈은 구제받고, 작은 놈들은 구제를 못 받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의 데자뷔 같다”고 말했다. 31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그는 급여보호프로그램이 시작되자마자 시중 대형은행 중 한 곳인 ‘캐피털 원’에 서류를 제출했지만, 자금이 고갈되면서 대출을 받지 못 했다.
에이브럼스처럼 자금이 고갈돼 지원을 받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일선 은행들이 더 많은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 위해 임의로 금액이 큰 대출 건을 우선 처리하는 등 차별을 했다며 잇따라 집단 소송에 나서고 있다. 스톨워트 법률그룹이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제이피(JP)모건 체이스, 유에스(US) 뱅코프 등을 상대로 지난 19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 소재 보안업체와 이벤트 업체 등 2곳도 ‘선착순 방식’이라는 안내와는 달리 대출 금액이 큰 업체들의 대출 신청 건을 우선 처리했다고 제이피모건체이스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셰이크섁은 급여보호프로그램을 통해 받은 1천만달러 대출금 전액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 의회에서 추가 예산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 소상공위원회 위원장은 “제도 남용 여부를 포함해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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