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과의 회담 도중 기자들에게 검찰이 자신의 최측근인 로저 스톤에게 징역 7~9년을 구형한 것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에 연루된 최측근 인사에 대한 사건 처리 과정에 입김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의 탄핵 ‘무죄’ 평결 이후, 거리낄 것 없이 권력 남용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리 내들러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은 12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며, 다음달 31일 그를 하원 법사위 청문회 증언대에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전날 미국 법무부가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의 수십년 지기 로저 스톤에 대해 검찰이 요청한 것보다 구형량을 낮춰달라고 법원에 요구하자, 수사 검사 4명이 이를 문제 삼아 집단 반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10일 검사들은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 공모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러시아 게이트’에 관여하고, 그 조사 과정에서 위증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스톤에게 징역 7~9년 선고를 해달라는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 수뇌부는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해 스톤의 형량을 3년6개월~4년6개월 선으로 낮춰달라는 서류를 판사에게 다시 보냈다. 법무부의 이런 결정 번복이 “이런 무고한 사람에 대한 기소를 용납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직후에 이뤄지면서, 정치적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내들러는 이와 관련해 “바 장관이 대통령과 관련된 법적 사안에 보여준 행동 방식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대통령 최측근을 구하기 위해 바 장관이 형사 사법 시스템을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겠다고 별렀다. 이게 사실이라면 바 장관은 해임·탄핵감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무죄 평결’ 이후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법무부의 결정 번복 이후 제기되는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집단 반발한 검사 4인을 비난하는 글과 함께 ‘로저 스톤의 완전 사면 촉구’ 글을 리트위트하는 등 ‘마이 웨이’를 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8일 트럼프가 미 하원 탄핵조사 공개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과 고든 손들런드 유럽연합 주재 대사 등을 해임한 것도 이런 비판을 부채질한다. ‘적’으로 간주한 사람은 정부 기관에서 모조리 솎아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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