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이라크 문제 강경발언…정국주도·지지율 회복 노림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새해 초부터 국가안보와 이라크 문제에서 의도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일 새해 첫 행사로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육군의료센터를 방문해 부상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여기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장 없는 비밀도청’ 문제에 대해 “합법적이고 테러공격을 막는 데 긴요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 필요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회에선 민주당 뿐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부시의 이 정책이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화당 중진인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이 청문회에 찬성할 정도다. 부시가 이런 기류를 알면서도 이 문제를 언급한 건 다분히 정치적 포석으로 읽힌다.
부시는 연말 휴가를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조용히 보낸 뒤 1일 육군병원을 거쳐 서둘러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크로퍼드 목장엔 부시의 장모 외에 방문객이 없었다고 백악관쪽은 밝혔다. 목장 근처 레스토랑에서 시민들을 만나던 행사도 이번엔 없었다고 한다. 휴가를 오래 즐기기로 유명한 부시에겐 6일간 휴가는 짧은 편이다.
워싱턴 정치권에선 부시의 ‘조용하고 짧은 휴가’와, 휴가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국가안보 문제에서 강경 발언을 한 걸 그의 새해 정국구상과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이라크 문제에서 기존 태도를 지켜나가는 게 정국주도권을 되찾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은 상·하원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란 분위기가 있다는 걸 알지만, 전선을 첨예화해서 공화당 지지층과 의회 의원들을 다시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의 1월 일정은 국가안보와 이라크 문제에 초점을 맞춘 흔적이 뚜렷하다. 그는 4일 국방부에서 이라크 관련 연설을 한다. 5일엔 전직 국무부·국방부 장관들을 만날 예정이다. 새해 국정연설은 31일로 예정돼 있다. 새해 국정연설 역시 국내 현안보다는 외교·안보 현안들에 더욱 무게를 둘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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